경북도청 안동·예천시대 개막… 경북 제2 르네상스, 한반도 ‘황금허리’ 꿈꾼다

입력 2016-02-22 19:53
경북도청이 대구 신격동 시대를 마무리하고 ‘안동·예천시대’를 활짝 열었다. 한옥의 미를 한껏 살린 경북도청 신청사에서 22일 ‘웅도(雄道) 경북의 새로운 천년’이 시작됐다. 경북도 제공
김관용 지사가 신청사로 첫 출근을 하는 모습.
마침내 경북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됐다.

22일 경북도청이 대구 산격동 시대를 마감하고 안동·예천시대를 활짝 열었다.

35년 동안 끌어온 도청이전 문제에 종지부를 찍고 경북의 새로운 도약이 시작된 것이다.

1314년 고려 충숙왕 원년 경상도를 개도한지 702년, 1896년 대한제국 칙령으로 경상북도를 개도한 이래 120년, 1966년 대구시 산격동으로 청사를 이사한지 50년 만의 일이다.

도청이전은 단순한 소재지의 변경을 넘어 경북의 역사에 큰 획을 긋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우리나라 17개 광역자치단체 중에서 유일하게 남아있었던 소재지와 관할구역의 불일치 문제를 해결해 냄으로써 도민의 자존을 회복하고 경북의 정체성을 바로 잡게 된 것이다.

지역 발전 측면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기존의 대구, 포항, 구미 중심의 발전축에서 안동권이 추가돼 지역전체의 성장 동력이 훨씬 강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른바 삼륜구동에서 사륜구동으로 지역성장의 바퀴를 하나 더 장착하게 된 셈이다.

무엇보다 도청이 대구에서 북상하고 국가의 행정수도가 서울에서 세종시로 남하해서 북위 36도 상에 나란히 만나게 됐다. 충남도청이 이전한 내포신도시도 동일 위도 상에 위치해 있다.

이는 종전의 남북축 중심에서 탈피해 국토발전의 새로운 동서 성장 축을 형성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환 동해와 환 황해를 잇고 수도권과 남부경제권을 연결하는 이른바 ‘한반도 황금허리 경제권’이 만들어진 것이다.

경북은 도청 이전을 계기로 다시 한번 도약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도청신도시를 중심으로 한 광역교통망 재편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올해 상주∼안동∼영덕을 연결하는 고속도로가 개통된다. 상주∼영천 간 민자고속도로, 봉화∼울진 간 국도도 2017년이면 뚫린다.

경주∼안동∼도담을 잇는 중앙선 전철화 사업도 한창이다. 중부내륙 철도, 포항∼영덕 간 고속도로, 안동∼포항 간 국도 4차선 확장도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이 사업들이 대부분 마무리되는 2020년이면 도내 전역에서 도청신도시까지 1시간 30분대, 수도권에서 1시간대에 진입이 가능해 진다.

황금허리 경제권 육성의 핵심기반이 되는 동서축 교통망 확충에도 발 벗고 나섰다.

세종시와 도청신도시를 연결하는 고속도로 개설을 위해 충청남북도와 손을 잡았다.

도는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정부에 건의를 해 둔 상태다. 이제 중앙정부를 상대로 한 압박의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충남 보령과 도청신도시, 포항을 연결하는 동서KTX 건설도 추진한다는 것이 경북도의 방침이다.

산업적 역량강화를 위해서도 많은 사업들이 준비되고 있다.

국가 농 생명·바이오산업벨트, 스포츠산업밸리, 첨단 문화산업 복합단지 등 충청권과 연계하는 다양한 사업들이 도청이전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도청이전은 동해안권과 남부권, 서부권에도 상당한 시너지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통일시대를 대비한 ‘환 동해 바다시대’가 빠르게 구체화된다.

건설 중인 동해중남부선 철도, 동해안고속도로를 조기에 완공하고 영일만항 확장, 울릉공항 건설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설계비를 확보한 영일만 국제여객선부두 건설이 완공되면 포항을 비롯한 동해안권의 해양관광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동해안과 일본, 중국 동북3성과 러시아 연해주를 잇는 동북아 크루즈 루트를 육성하고 일본과 연해주 간 정기여객선 취항도 검토 중에 있다.

울진 후포와 영덕 강구, 포항 두호와 양포, 경주를 잇는 마리나루트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벌써 울진 후포와 포항 두호 마리나항 개발 사업은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다.

동해안권의 산업구조 재편작업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정부의 창조경제 전략의 일환으로 지역의 신산업으로 선정된 ‘타이타늄’ 신소재 집적단지 및 연구 인프라 구축이 올해부터 본격화된다. 이는 철강을 능가할 수 있는 대단한 잠재력을 지닌 산업분야로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 동안 추진해 온 가속기클러스터, 원자력클러스터도 성과 도출의 단계로 올라섰고 울산과 연계한 동해안 연구개발 특구 육성도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역량이 뛰어난 서부권과 남부권에 대한 전략도 기대된다.

구미와 김천을 중심으로 한 서부권은 탄소성형 부품산업 클러스터가 이미 국책사업으로 선정돼 금년부터 착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비롯한 스마트 기기산업 육성도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영천과 경산을 비롯한 남부권은 창의지식서비스벨트로 육성된다. 영천의 항공·국방산업 클러스터, 경산의 차세대건설기계부품단지, 메디컬신소재 산업도 성과 확산의 단계로 접어들 전망이다.

과제도 남아 있다.

신도시의 조기 활성화를 위한 유관기관의 유치, 인근 도시의 공동화 방지는 풀어가야 할 숙제다. 아울러 경북의 광역협력의 틀도 달라져야 한다.

지금까지의 동남권 중심에서 과감히 탈피해 충청권과 강원권과의 연계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하는 것도 당면한 과제다.

김관용 경북지사는 “도청이전은 경북의 외연을 확장하는 동시에 성장의 동력을 높이는 엄청난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권역별 발전전략을 구체화해 경북이 다시 한 번 국가발전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도민의 에너지를 모으고 도정의 모든 역량을 결집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