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잇단 지하철 사고… 방심하면 재앙 불러올 수 있어

입력 2016-02-21 17:32
올 들어 서울의 지하철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사고 발생은 거의 1주일에 한 번꼴이다. 이 중 전동차가 멈춰 서는 경우는 예사로 벌어진다. 지난 19일 퇴근시간대에도 서울 지하철 3호선 약수역∼수서역 구간에서 단전 현상이 일어나 이 일대 열차 운행이 30분가량 중단되면서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서울메트로는 21일 교대역 부근 환기구의 빗물을 흘려보내려고 2008년 설치한 동판의 고정 부위가 부식돼 처지면서 전동차 집전장치에 닿아 전원이 차단된 게 사고 원인이라고 발표했다.

이런 사고는 기본적으로 시설·장비 노후화에 따른 결과다. 서울 지하철 1∼4호선은 개통 30∼40년이 넘어 설비들이 낡았다. 20년 이상 된 노후 차량도 수천량이다.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 지난달 6일에는 4호선 열차가 운행 중 단전으로 한성대입구역과 성신여대입구역 사이 터널에서 멈춰 퇴근길 승객 800여명이 긴급 대피하는 아찔한 사고도 있었다. 1호선도 동력장치 고장 등으로 툭하면 멈춰 선다. 지난달 하순에는 출근시간대 열차에서 노숙자의 흉기 난동 사건까지 발생했다. 이렇게 반복되는 사건·사고는 대형 사고의 전조일 수 있다는 하인리히 법칙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 18일은 192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구지하철 화재 사고 13주기였다. 사고는 방화에서 비롯됐지만 제대로 대처만 했다면 그렇게 큰 참사로 이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경보음에 대비해야 한다. 이번 3호선 사고와 관련, 메트로가 환기구에 설치된 606개 빗물 유도 동판의 고정 상태를 모두 점검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런 조치는 진작 취했어야 했다. 사고가 나면 그제야 대응하는 구태는 사라져야 한다. 서울 지하철의 하루 평균 이용객은 700만명을 넘는다. 노후 설비에 대한 안전점검 주기를 앞당기고 정비·교체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한순간의 방심이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