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경순(90·사진) 할머니가 20일 낮 12시쯤 서울아산병원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로써 1993년 일본 정부 조사단에 직접 피해 사실을 증언한 위안부 할머니 16명 중 15명이 세상을 떠났다.
김 할머니는 일제 강점기 일본 히로시마 위안소로 끌려갔다. 갖은 고초를 겪다 병을 얻고 한국에 돌아온 할머니는 1992년 정대협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이듬해 7월에는 일본 정부에 위안부의 참상을 생생히 증언했고, 8월 4일 일본이 위안부 피해자 강제동원 사실을 인정하는 ‘고노 담화’를 발표케 하는 데 기여했다. 김 할머니의 별세로 당시 증언에 참여했던 할머니 16명 중 윤순만(85) 할머니만 남게 됐다.
지난해 7월 김 할머니는 다른 위안부 피해자인 유희남 할머니와 함께 아키히토 일왕, 아베 신조 총리 등과 미쓰비시, 도요타, 산케이신문 등 20여개 기업을 상대로 강제동원 피해와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내기도 했다.
김 할머니는 2006년 이후 당뇨와 폐렴 등으로 입원·수술·퇴원을 반복해 왔다. 지난 14일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한 할머니는 투석 치료를 받았지만 급격히 악화돼 결국 세상을 떠났다. 빈소는 서울 강서구 메디힐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발인은 22일이고 장지는 충남 천안시 국립 망향의 동산이다.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8명 중 생존자는 44명(국내 40명, 국외 4명)으로 줄었다. 올 들어 세상을 떠난 위안부 피해자는 지난 15일 경남 양산에서 사망한 최모 할머니에 이어 김 할머니가 두 번째다.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는 “일본이 아직도 강제연행을 부정하는 상황에서 눈을 감으셔서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강제동원 참상 알리고 고노담화 발표 이끈 일본군 위안부 피해 김경순 할머니 별세
입력 2016-02-21 18:56 수정 2016-02-21 2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