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잽’만 날리다 날아간 ‘젭’… ‘부시家 총동원’ 젭 부시 포기 왜?

입력 2016-02-22 04:06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지난해 10월 13일 뉴햄프셔주 한 대학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개혁을 비판하고 있다. 공화당의 유력 대권주자로 꼽혔던 부시 전 주지사는 같은 당의 도널드 트럼프와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등에 밀리면서 20일(현지시간) 3차 경선 관문인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선거) 직후 경선 포기를 선언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20일(현지시간) 공화당 경선 3차 관문인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선거) 결과 발표 직후 경선 포기를 선언했다.

부시 전 주지사는 눈물을 머금은 채 “이 나라를 단합시키기 위해 분투해 온 우리 대선캠페인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1차 아이오와, 2차 뉴햄프셔주 경선에서 3위에 들지 못한 데다 마지막 보루로 여겼던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4위에 그치자 더는 희망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부시의 중도하차는 기성 정치권력과 제도에 대한 미국 유권자들의 분노와 염증이 분출하는 이번 대선의 특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부시 전 주지사가 출마를 선언한 지난해 여름만 해도 아버지(41대)와 형(43대) 등 2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정치명문 부시가(家)의 후광으로 쉬운 선거전을 치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미국의 민심은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와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 등 아웃사이더(비주류)의 반란으로 표출됐다.

부시를 후원하는 정치행동위원회(PAC)의 모금액은 한때 1억5000만 달러(약 1850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막대한 TV 광고와 부시가가 총동원된 후원도 민심을 되돌리지 못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부시 캠프가 강점이 될 것이라고 여긴 조건들이 하나하나 다 빗나갔다면서 공직에서 쌓은 경험과 업적이 자산이 될 것이라는 가정도 그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부시 전 주지사의 차분하고 과묵한 성격도 단점이 됐다. 갈수록 커지는 불평등과 생활고에 지친 미국인들은 비합리적으로 보이지만 흥분하고 분노를 표출하는 트럼프 등 아웃사이더에 열광했다. 수차례의 공화당 TV 토론회에서 부시는 트럼프와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 등 강경파에 끼여 ‘싸움꾼’의 이미지를 심는 데 실패했다. 자신의 ‘정치적 제자’이자 지지기반이 겹치는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까지 경선 레이스에 합류한 것도 악재가 됐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