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연일 치솟는 원·달러 환율 예사롭지 않아

입력 2016-02-21 17:32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외환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지난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5년8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오른 1234.4원에 마감했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가 이례적으로 함께 개입해 장중에 다소 진정시켰으나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환율 상승 기조에 당국이 공동으로 개입에 나선 것은 2011년 9월 이후 4년5개월 만에 처음이다. 추세가 너무 가팔라 개입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상황이 다급했다는 얘기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연내 1300원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상승세가 잦아들 만한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걱정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국내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수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최근의 여건을 보면 낙관할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자동차 등 일부 업종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지금처럼 환율이 앙등해 원화값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등 변동성이 과도하면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는 부작용이 더 크다. 이미 국내 주식시장뿐 아니라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이달 초부터 16일까지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이 순매도한 채권은 3조6767억원이었다.

올 들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유독 원화값이 더 출렁이는 배경의 하나가 대내적 요인 때문이란 점이 더 안타깝다. 북핵 우려에 이어 사드 배치, 북한의 테러 가능성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등이 이어지면서 위험자산으로 간주되는 원화 약세 현상이 심화된 것이다. 외부 사정이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내부적으로라도 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을 줄여나가야겠다.

당국은 외환보유액이 세계 7위 수준이고 장기채 비중이 높아 질적 구조도 괜찮다고 장담하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선 환율 상승세를 부추기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 우리 경제 상황에서 금리를 내려봤자 가계부채만 늘릴 뿐 기대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원화에 대한 외국인들의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뀌는 마당에 자금 유출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는 금리 인하 시그널을 줘서는 안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