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호스피스 건강보험 시범사업이 첫걸음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전용차량 지원 문제, 임종 가산 건보수가(환자가 사망할 경우 호스피스 기관에 추가 지급되는 비용) 요건 등을 놓고 혼란스럽다. 일부 기관은 ‘시범사업 보이콧’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가정호스피스가 활성화되려면 가정 간병비 지원, 기관 지정요건 완화, 전국 네트워크 구축 등 지속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전용차량 등 논란에…시범사업 파행하나=가정호스피스는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이 환자 집에 찾아가는 일이다. 의약품과 장비를 운송할 차량이 필요하다. 암 환자 통증 조절에 필요한 마약류 의약품을 운반하려면 차량에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암관리법과 시범사업 규정에 전용차량 운용을 명시하긴 했지만 ‘권고사항’으로 돼 있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자체 전용차량 마련에 어려움을 호소하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시범기관 관계자는 “당국에선 기존의 ‘가정간호’ 차량을 이용하라는데 그 차량도 하루 수차례씩 쓰고 있어서 가정호스피스에 이용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른 시범기관도 “마약류를 개인 차량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져갈 순 없지 않으냐”며 “전용차량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시범사업을 반납해야 할 판”이라고 했다. 실제 17개 시범기관 중 고대구로병원은 내부적으로 ‘시범사업 포기’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정으로의 마약류 운송 및 투여 지침도 마련돼야 한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마약류 운송 관리 지침’은 종합병원 안에서 혹은 제약사에서 병원으로 운반할 때만 적용된다. 별도 지침이나 식약처 유권해석이 요구되고 있다.
‘임종 가산’ 요건도 논란이 되고 있다. 가정호스피스 도중 환자가 임종할 경우 건강보험 수가의 30%를 가산해 지급한다. 현 규정은 의사나 간호사가 환자의 임종을 직접 볼 때 가산 수가를 적용토록 했다. 한 병원 관계자는 “죽음은 하나의 과정이다. 예를 들어 돌봄 방문 이후 몇 시간 안에 임종했을 때도 가산되도록 하는 등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가정호스피스 의뢰를 받으면 ‘24시간 안에 전화하고, 48시간 안에 첫 방문을 해야 한다’는 규정과 ‘병원 외래진료를 통해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 문제’ 등도 논란거리다.
◇보호자 간병 부담 줄여줘야=전문가들은 가정호스피스가 하루빨리 정착하려면 보호자의 간병 부담을 줄여주는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병동호스피스의 간병 서비스에는 건강보험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울산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고수진 교수는 “가정호스피스 대상자 중에는 간병할 사람이 없어 요양원이나 복지시설 등에 거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런 현실을 반영해 가정호스피스의 범위를 ‘가정’에서 ‘거주지’로 확대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가정호스피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현재 병동형 호스피스 기관에 국한된 가정호스피스 서비스 자격요건을 완화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병동을 갖추지 못한 작은 병·의원에도 가정호스피스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적인 가정호스피스 네트워크 구축도 필요하다. 고 교수는 “말기 암 환자가 퇴원할 경우 거주지역 암센터를 통해 적당한 가정호스피스 기관을 연결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태원 전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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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2-21 22:06 수정 2016-02-22 08: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