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명함 수거함’ 설치, 정책 여론조사… 정치 혐오 불신 씻는 ‘이색 홍보’ 눈에 띄네

입력 2016-02-22 04:03
서울 마포을에 출마한 정명수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가 서울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에 설치한 ‘명함 수거함’. 정명수 예비후보 제공

출근길 지하철역 앞에서 예비후보가 나눠준 명함을 받아든 직장인 황모(35)씨. 표 내는 곳 옆에서 작은 함을 발견하곤 버리려던 명함을 다시 찬찬히 읽어본다. ‘다 보신 명함은 여기에’라는 문구가 적힌 명함수거함이 황씨의 마음을 돌린 것이다.

여야의 4·13총선 후보 공천을 위한 경선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예비후보들의 홍보전도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정치 혐오증이 높아지면서 요란하지 않지만 한 번 더 후보를 생각해보게 하는 아이디어로 표심을 공략하는 전략이 새로운 홍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 마포을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정명수 예비후보는 합정역 등 지하철 개찰구 근처에 명함수거함을 설치했다. 정 후보는 21일 “출근 인사 때 배포한 명함이 역 계단, 모래함 등에 상당수가 버려지는 것을 본 한 청년이 아이디어를 냈다”며 “미관을 지키는 좋은 생각이라고 격려해주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SNS 등에 꾸준히 ‘총선일기’를 올려 지역민과 소통하고 있는 새누리당 성북을 정태근 예비후보는 최근 포털사이트를 통해 정책공약 마련을 위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름, 스펙 알리기용 여론조사와는 다른 성격으로 ‘성북구 발전 위해 시급한 현안’ ‘혜화문 복원에 대한 찬반의견’ 등을 물었다. 정 후보는 “일방적인 공약이 아니라 정책 연구와 의견 수렴, 예산 검토 등 정책적 타당성을 가지고 주민과 함께하는 공약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방대 학생들의 취업난을 직접 체험하고 나선 예비후보도 있다. 대전 서구을 새누리당 윤석대 예비후보는 청년 고용정책을 구체적으로 고민하기 위해 ‘커피숍 알바’ 체험을 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윤 예비후보는 여당 후보로서는 이례적으로 공약수용 등을 조건으로 대전·충남지역 9개 대학 학생회의 지지선언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홍보 전문가들은 “선거홍보도 시대 변화와 맞게 변화할 필요가 있다”며 “정치 불신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치러지는 선거에서 철저하게 유권자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도 유효한 차별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아직까지는 톡톡 튀는 이색 홍보가 대세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복면가왕’을 패러디해 복면을 쓴 채 명함을 돌리는가 하면 밤에도 밝게 빛나는 발광다이오드(LED) 어깨띠로 이름을 알리는 후보까지 등장하고 있다. 아이디어를 특허 출원한 후보도 있다. 더민주당 고양 덕양을 강동기 예비후보는 선거용 ‘발바닥 명함’을 특허청에 디자인 출원을 신청했다. ‘뛰고 또 뛰겠다’는 뜻을 담은 발바닥 명함은 직사각형이 아니라 발바닥 모양 명함에 이력 등을 담았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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