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서로에게 “정체가 뭐냐”고 따지는 ‘정체성 전쟁’을 계속 벌이고 있다. 두 당 모두 중도층을 잡기 위해 ‘우향우’하면서도 호남 등 기존 지지층 반발을 의식해 경쟁 상대에게 손가락질하는 식이다.
국민의당에 합류한 정동영 전 의원은 21일 페이스북에 올린 ‘정동영이 더민주에 가지 않은 이유’라는 글에서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부끄러운 줄 아십시오’”라고 비판했다.
그는 “문 (전) 대표가 삼고초려해서 모셔온 김종인 당 (비대위) 대표와 108명의 국회의원이 있는 제1야당의 모습을 한번 돌아보라”며 “살아온 삶이 야당의 적통을 이어갈 만한 분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전 의원은 “(김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이며, 현재도 개성공단 사태에 대해 ‘북한 궤멸론’으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며 “한술 더 떠 18일에는 300만 농민의 가슴에 피멍이 들게 한 신자유주의의 첨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주역을 당당하게 영입했다”고 했다. 더민주의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 영입을 지적한 것이다. 김 전 본부장 영입을 두고는 더민주 내에서도 신정훈 장하나 의원 등이 공개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종인 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정 전 의원이) 심심하니까 글 한번 쓰는 것”이라며 “정체성 운운했다고 해서 개인이 글 하나 쓴 것 가지고 논평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앞서 더민주 문 전 대표는 정 전 의원의 국민의당 합류에 대해 “누가 적통이고 중심인지 분명해졌다”며 더민주의 적통을 강조한 바 있다.
국민의당도 정체성 논란에 거듭 휩싸이고 있다. 당장 대북 정책만 놓고도 이상돈 공동선대위원장은 “햇볕정책은 실패했다”고 한 반면 정 전 의원은 햇볕정책 ‘사수파’다.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의 ‘이승만 전 대통령 국부 발언’ 논란으로도 한 차례 몸살을 앓은 바 있다.
무소속 박지원 의원도 야권 내 대북 강경론자들을 동시에 비판하며 정체성 논란에 뛰어들었다. 박 의원은 페이스북에 “남북평화와 교류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폐쇄돼도 북한의 궤멸, 햇볕정책 실패를 운운하면 60년간 지켜온 정체성은 어디로 보냈으며, 햇볕정책으로 10년을 집권한 역사는 버린건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새누리 2중대의 정체성으로는 승리하지 못한다”고도 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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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2-21 2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