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수사가 움트는 계절이다. 이번 겨울 검찰은 잠잠했다. 지난해 검찰총장 교체기를 보내고 고검장부터 평검사까지 인사가 이어지면서 큰 수사를 새로 시작할 여건이 아니었다. 접수된 사건을 처리하고, 전임자가 남긴 수사의 잔불을 정리하는 시기였다. 검찰 출입기자들은 지난 몇 달을 ‘기사의 비수기’라 불렀다. 검찰이 동면 상태였던 건 아니다. 동계훈련을 하는 운동선수처럼 기초체력(첩보·자료 수집)을 키우고, 전략·전술을 익히며 시즌 개막을 준비했다. 머잖아 포성이 울리듯 여기저기서 압수수색, 체포 등의 소식이 터져 나올 터.
검찰은 큰 칼 하나를 장만했다. 왕년의 중앙수사부를 닮은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수사력 강화’를 당면과제로 내건 김수남 총장 체제의 선봉대다. 수사로 존재 의의를 인정받아야 하는 부담도 있다. 확실한 목표물을 정해 신속하게, 잡음 없이, 박수 받는 성과를 내려 할 것이다. 지금쯤이면 총장의 진격 신호를 기다리지 않을까.
현 정부 집권 4년차라는 상황도 수사 성수기를 예고한다. 검찰이 현재의 권력을 향해 이빨을 드러낼 시간이 됐다는 말이다. 과거 사례를 보라. 검찰이 권력형 비리, 실세 비리를 가장 맹렬하게 파헤치는 때는 매번 집권 후반기였다. 이제 움트는 수사들이 한창 기세를 올릴 두 달 뒤면 노회한 검사들이 “4월은 잔인한 달”이라 읊조리고, 수사망에 걸린 누군가는 “차라리 겨울이 따뜻했다”고 한탄하는 장면이 재연되리라 예상해본다.
그러나 한 발만 헛디뎌도 구렁텅이에 빠지는 게 수사라는 생물이다. 수사가 왕성할수록 이를 흔드는 힘 역시 거세진다. 수사를 당하는 쪽이나 수사를 이용하려는 쪽, 이해로 엮인 주변인 모두 검찰이 제 길을 가도록 놔두지 않는다. 수사검사의 과한 공명심, 그릇된 판단 역시 내부의 폭탄이 된다. 그러니 출격하는 검사는 공의(公義)의 외줄을 타고 나가야 한다. 수사가 정의롭다는 믿음을 이번에는 줘야 한다.
지호일 차장 blue51@kmib.co.kr
[한마당-지호일] 검찰의 계절
입력 2016-02-21 1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