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역풍도 트럼프 질주 못 막았다…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 압승
입력 2016-02-21 20:55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역풍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직격탄도 도널드 트럼프의 질주를 막지 못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의 공화당원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반감과 무기력한 당 지도부에 대한 분노로 부동산 재벌이자 주류 정치의 아웃사이더 트럼프를 선택했다. 주류 정치에 분노하는 공화당원들에게 트럼프의 막말은 그다지 흠이 아니었다.
전통적으로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승자가 그해 공화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된 역사는 2012년 처음 깨졌다. 트럼프가 권력교체의 갈증을 느끼는 공화당 지지 성향 유권자들의 여망을 업고 인기몰이를 계속할지 주목된다.
트럼프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압승했지만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를 앞두고 악재가 겹쳤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TV토론에서 부시 전 대통령을 비판한 뒤 지지율이 떨어지는 역풍을 맞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트럼프를 겨냥해 “기독교인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가톨릭신자와 히스패닉들에 영향력이 큰 교황의 발언은 트럼프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사우스캐롤라이나는 트럼프에게 압승을 안겼다. 트럼프는 2위 그룹을 10% 포인트 이상 따돌리며 승리를 거둬 선두 주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CNN이 공화당의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에 참가한 투표자들을 상대로 출구조사를 실시한 결과 53%가 ‘공화당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답변했다. 의회의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고도 건강보험개혁(오바마케어) 등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하는 정책에 대한 비판여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불만이었다.
오바마 행정부와 다른 방향의 변화를 이끌 적임자를 꼽는 질문에 응답자의 42%가 트럼프를 꼽았다. 트럼프는 또 보수적인 복음주의 기독교인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았다. 복음주의자들은 트럼프(31%)에게 가장 많은 지지를 보냈다.
국제적으로도 물의를 빚은 트럼프의 ‘무슬림 미국 입국금지’ 발언에 대해서는 75%가 지지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는 이날 승리로 대의원 확보 경쟁에서도 멀찌감치 달아났다. 승자독식 규정을 적용하고 있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트럼프는 최소한 44명을 확보하면서 대의원을 모두 61명으로 늘렸다. 반면 크루즈 상원의원은 11명, 루비오 상원의원은 10명에 그쳤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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