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선 연기할 작정 아니라면 22일 담판에서 끝내라

입력 2016-02-21 17:32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2일 4·13 총선 선거구 획정 및 테러방지법, 노동4법 등 쟁점법안에 대한 일괄 타결을 재시도한다. 이날 담판에서도 선거구 합의에 실패할 경우 20대 총선이 차질 없이 실시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매우 심각한 상황을 맞게 된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최근 “23일을 지나면 4·13 총선이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선거구 획정이 더 늦춰질 경우 총선이 연기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다.

당초 여야가 23일을 선거구 획정의 데드라인으로 잡은 이유가 있다. 그 다음날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재외선거인명부 작성에 들어가서다. 선거구가 없는데 선관위가 선거인명부를 작성할 방법이 없다. 선관위는 급한 대로 19대 총선 선거구를 기준으로 명부를 작성하고 20대 총선 선거구가 획정되면 그때 가서 수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적잖은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자칫 당락이 뒤바뀌는 선거구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이에 따른 이중 업무와 추가 비용 등 문제점이 하나둘이 아니다.

각 정당은 이번 선거에서 대다수 지역구를 안심번호에 의한 상향식 공천으로 후보자를 선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안심번호를 통한 경선엔 일주일 안팎의 시간이 걸린다. 선관위는 선거구 획정 전 안심번호를 각 정당에 제공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어서 이를 역산할 경우 늦어도 이달 안에 선거구가 결정돼야 그나마 각 당의 공천작업이 가까스로 후보접수 마감 전에 이뤄질 수 있다.

혹시라도 여야가 각각 투표 44일, 37일을 앞두고 선거법을 개정한 19대와 17대 총선과 비교하면 늦은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그때는 각 당이 이번처럼 안심번호 국민경선제를 도입하지 않았고, 17대 때는 재외국민투표제도 시행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선거구 조정 대상 지역 유권자와 예비후보들의 혼란과 피해는 상상 이상이다. 선거일 5개월 전까지 선거구를 획정해야 하는 공직선거법을 어긴 상황만으로도 충분한 선거무효 소송감이다.

더 이상의 선거구 획정 지연은 안 된다. 선거구 획정과 쟁점법안 처리는 별개의 사안이다. 여야가 사실상 합의해 놓고도 선거법을 처리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선거구 획정을 쟁점법안 처리의 볼모로 잡고 있는 여권의 편협한 정치력에 있다. 먼저 선거법을 처리할 경우 야당 반대로 노동4법을 비롯한 쟁점법안 처리가 물 건너갈 것이란 여권의 우려는 상당한 근거가 있다. 그렇다고 선거법과 쟁점법안을 연계하는 건 무리다. 쟁점법안은 4월, 5월 국회를 열어 처리할 수 있지만 선거법은 그럴 수 없다.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되는 총선 연기는 절대 안 된다. 여야가 합의한 29일 국회 본회의가 선거구 획정의 마지노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