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이성을 본 것도 아닌데 두근두근… 심쿵… 부정맥 체크부터!

입력 2016-02-23 04:02
가톨릭의대 성바오로병원 순환기내과 노태호 교수가 수시로 가슴이 두근거려 답답하다고 호소하는 한 노인 환자의 심장소리를 청진기로 진찰하고 있다. 성바오로병원 제공
무리한 운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갑자기 심장이 빠르게 뛰고 가슴이 답답하거나 어지러움을 느낀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병원을 찾아 심전도검사를 하면 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그냥 되돌아가는 사람이 상당수다.

심계항진, 즉 가슴이 두근거려 답답한 증상은 도대체 어디까지가 정상이고, 어떤 것이 비정상일까.

일반적으로 사람의 심장은 1분당 60∼100회 정도 뛰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심신상태나 외부환경에 따라 일시적으로 1분당 100회 이상 뛰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밤중에 갑자기 울리는 전화벨 소리를 들으면 누구나 가슴이 두근거리고 1분당 심장박동수가 일시적으로 100회를 넘을 수 있다. 만일 이 상황에서 1분당 심장박동수가 60회 미만에 불과하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실제로 심장에 이상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부정맥 전문의들이 단순히 분당 심장박동수나 심계항진 증상만을 이유로 부정맥, 특히 빈맥 가능성을 함부로 판단해선 안 된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최근 ‘닥터노의 알기 쉬운 부정맥’(사진·우노)을 펴낸 가톨릭의대 성바오로병원 순환기내과 노태호 교수는 “놀라거나 흥분하거나 운동할 때 같이 심장이 빨리 뛸만한 상황에서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은 아주 정상이다.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는 쪽을 오히려 비정상으로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교수에 따르면 누구나 화가 날 때,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할 때, 달리기를 했을 때처럼 몹시 흥분하거나 긴장된 상황, 심한 운동을 할 때는 평소와 달리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이런 증상이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나타나며 맥박이 건너뛰는 느낌이 들거나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 느낌, 심장이 갑자기 멈추는 듯한 느낌이 들면 부정맥을 의심해야 한다.

심계항진은 심장이 뛰는 것이 느껴져 불쾌한 기분이 드는 증상을 통틀어 말한다. 심계항진은 운동이나 힘든 일을 한 뒤에 나타나는 느낌과 다르게 불안감, 긴장감을 유발시키고 심하면 가슴부위 통증과 호흡곤란으로 이어진다.

심계항진을 느끼는 이유는 다양하다. 내과적 원인으로는 맥박이 빠르거나(빈맥) 느리고(서맥),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이 가장 흔하다. 물론 흥분, 과로, 스트레스 상황에서 맥박이 빨라지는 단순 부정맥은 신체에 별다른 손상을 주지 않으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특히 40대 이상 직장인에게 나타나는 심계항진은 특별한 심장질환과 상관없이 과도한 스트레스, 음주, 흡연, 과로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스트레스나 과로 때문에 심실이나 심방이 조기수축 돼 심장의 두근거림을 느끼는 것이다. 이 경우도 원인이 되는 상황을 피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자기 체력에 맞는 운동을 하는 것만으로 대부분 호전된다.

범불안장애가 있어도 심계항진이 나타난다. 범불안장애는 불안할 필요가 없는데도 불안해하거나 지나치게 불안한 경우를 말한다. 환자는 보통 안절부절 못하고 짜증을 잘 내며 예민하다. 또 닥치지도 않을 위험을 걱정하고 최악의 사태만을 상상하는 경향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심장질환 때문에 부정맥이 생기는 경우다. 심근경색, 협심증, 심장 기형, 선천성 심장병, 심부전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극심한 흉통과 호흡곤란 증상으로 실신할 수 있다. 심할 경우 돌연사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노 교수는 “모든 심장질환의 초기에 나타나는 경보와 같은 증상이 심계항진”이라며 “이유 없이 가슴이 두근거리고 답답할 때는 가볍게 넘기지 말고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나치게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만드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이나 갱년기 증상 역시 심계항진을 유발한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