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이냐, 각자도생이냐. 1993년 출범한 유럽연합(EU)이 23년 만에 통합과 분열의 기로에 섰다. EU 존립에 있어 중대한 도전인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와 난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EU 지도자들이 모여 이틀간의 마라톤협상을 벌였다.
19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전날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시작된 이틀간의 EU 정례 회의에서 정상들은 브렉시트 협상과 관련해 이날 새벽까지 이어지는 밤샘토론을 벌이고도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정상들은 이틀째인 이날 오전 10시에 다시 만나 오후까지 회의를 이어가며 주요 쟁점 사항에 대해 절충을 시도했다.
도날트 투스크 상임의장과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를 비롯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은 전날부터 이틀째 양자회담을 진행하며 영국과 EU 집행위원회가 마련한 합의 초안에 놓고 토론을 벌였다. 캐머런 총리와 융커 집행위원장 등은 이날 새벽 5시반이 돼서야 회의장을 나갔을 정도로 논의는 치열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투스크 상임의장은 이날 회의를 재개하며 기자들에게 “지금까지 일부 진전된 내용도 오갔지만 아직 협의할 것이 많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캐머런 총리도 언론에 “약간의 진전은 있었지만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영국은 EU 탈퇴를 안 하는 조건으로 EU 시민권을 지닌 영국 이주민에 대한 복지혜택 제한과 EU 제정 법률 거부권, 영국과 같은 비(非)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회원국의 유로존 시장 접근 보장 등의 핵심 요구사항을 EU 집행위에 전했다. 양측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끈질긴 협의를 통해 합의안 초안을 마련했다.
합의안 초안은 영국에 ‘긴급 복지 중단’을 허용해 4년간 이주민 복지 혜택을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동시에 EU 제정 법률 거부권도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EU 회원국 55% 이상의 의회가 EU 제정 법률을 거부할 수 있게 하는 ‘레드카드’ 내용과 함께 비유로존 국가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고 EU 규정의 선택적 적용 권한도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레드카드는 각국 의회들에 EU 제정 법률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을 터 준다는 점에서 영국 의회를 달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예상대로 이주민 복지혜택 중단 제안에 대해 체코와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이 거세게 반대했고, 프랑스도 영국이 요구한 비유로존 회원국의 시장 접근 보장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회의가 지지부진하자 회담장 주변에서 회의가 21일까지 연장될 것이란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23년 만에 통합과 분열의 기로에 선 EU… 영국은 브렉시트 가능성, 난민문제 해결도 난항
입력 2016-02-19 21:39 수정 2016-02-20 0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