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원 총선에 적용될 선거구 획정 작업이 표류하고 있다. 오는 24일부터 재외선거인명부 작성이 시작되는 일정을 감안해 잠정적인 ‘데드라인’으로 정했던 23일 본회의 통과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노동개혁 4법과 경제 관련 법안 논의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여야는 당초 2월 임시국회 일정을 짜면서 19, 23일 두 차례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열기로 했었다. 하지만 19일 본회의는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만 하고 문을 닫았다. 전날 있었던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도부 회동이 성과 없이 끝난 데 따른 것이었다. 법안 자체에 대해서도 이견이 컸고 처리 순서를 놓고도 합의점을 못 찾았다.
양당은 오전 당내 회의를 ‘네 탓’ 타령으로 시작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더민주는 안보, 민생경제 법안에 대해 녹음기처럼 같은 말만 반복해 회동이 결실을 맺지 못했다”고 했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우리 당이 선거구 획정을 안 하려는 게 아니라 그 전제조건인 민생법안과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을 먼저 처리하면 된다”고 했다. 법안을 통과시켜야 선거구 획정도 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는 “부정적 측면이 많은 법안에 대해 졸속 합의를 종용하는 대통령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맞받았다. 이 원내대표는 특히 선거구 획정이 쟁점법안과의 연계 때문만이 아니라 여당 내부 문제 때문에 미뤄지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그는 “이미 기정사실처럼 돼 있는 새누리당 내 입장 차이, ‘전략공천을 할 거냐 국민 경선을 할 거냐’는 문제 때문에 선거법 협상이 뒤로 미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친박(친박근혜)계가 김무성 대표의 상향식 공천을 최대한 저지하기 위해 선거구 획정 협상을 의도적으로 늦추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질수록 김 대표의 ‘전 지역 경선’ 구상은 흔들리게 된다.
이런 이유로 양당이 선거구 획정 기준을 정하지 못하면서 23일 본회의 처리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 획정위 관계자는 “여야가 잠정 합의한 ‘지역구 253석’에 대한 실무 작업은 거의 끝났지만 실제로 획정 기준이 넘어오면 위원들이 모여 의견을 조율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이번 주말에 획정 기준이 정해진다고 해도 22일 국회 제출은 어렵다”고 했다.
김무성 대표는 오후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와 만나 29일 본회의를 한 번 더 열기로 의견을 모았다. 김무성 대표는 “양당이 안심번호 휴대전화 여론조사로 경선을 하기 때문에 그에 필요한 최소 시간이 있다”며 “29일 본회의에서 선거법 협상을 꼭 끝을 내자, 최대한 노력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협상 시간은 번 셈이다. 여야가 힘겨루기를 하는 사이 총선은 54일 앞으로 다가왔고, 후보자 등록 신청(3월 24일)까지는 겨우 한 달 남짓 남았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또 넘기는 ‘데드라인’… 선거구 획정, 29일엔 될까
입력 2016-02-19 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