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됨에 따라 미군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찬성론자들은 전술핵 재배치는 북한의 핵무장에 대응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꼽는 반면 반대론자들은 한반도 정세를 최악으로 치닫게 만드는 실효성 없는 일이라 일축한다.
전술핵 재배치 주장의 선봉에는 집권여당의 원내대표가 앞장서고 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지난 1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이를 공식 제기했다. 그러자 노재봉·이한동 전 총리 등을 포함한 각계 원로 236명이 17일부터 전술핵 재배치 촉구 국민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이들은 북한의 핵무장화가 ‘남의 나라 먼 얘기’가 아니라 이제는 ‘눈앞에 다가온 현실’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절대무기’인 핵무기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바로 핵무기이고, 우리 손으로 개발하는 길이 막혀 있다면 미군 전술핵이라도 가져와야 전략적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는 논리다.
전술핵은 소규모 핵무기를 뜻하는 것으로 전투기 투하 소형 핵폭탄, 핵지뢰, 핵배낭 등을 포함한다. 전략핵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메가톤급 수소폭탄 등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남한에 전술핵이 도입된 때는 1958년이었다. 주한미군이 핵탄두 탑재 지대지 미사일 ‘어니스트존’을 처음 배치했고, 이후 핵지뢰 등 960개나 도입된 적도 있었다. 그러나 1992년 2월 19일 남북 비핵화 공동선언을 내놓으면서 미군 전술핵은 모두 철수했다.
현재 미군이 보유한 전술핵은 당시에 비해 훨씬 성능이 뛰어나고 정교한 스마트 무기들이다. 이런 무기들이 배치된다면 아직 엉성하고 실전배치까지 시간이 더 걸리는 북한의 핵무기를 압도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그러나 전술핵 재배치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우선 우리 정부의 스탠스가 그렇다. 바로 한반도 비핵화를 최고의 목표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이유로 북한을 강력 제재하는 상황에서 우리 스스로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는 점도 전술핵 재배치 주장을 반박하는 근거다.
전술핵이 도입되면 한반도가 세계열강의 군비경쟁 각축장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점도 매우 우려스러운 점이다. 미·중이 세계 양강(G2) 대결을 벌이는 현 상황에서 미군 전술핵을 우리 정부 주도로 재배치할 경우 중국은 더욱더 북한에 밀착해 김정은정권의 핵 개발을 방관 내지는 적극 옹호하는 방향으로 ‘정책 대전환’을 할 개연성이 높다. 또 러시아와 일본도 ‘안보 위협’을 빌미로 동북아 군비 확대에 가담해 ‘핵 도미노 현상’을 야기할 수 있다.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냉전시대의 세력대결이 고스란히 재현될 것이란 얘기다. 전술핵 재배치 자체가 한반도 정세를 최악의 긴장상태로 몰아넣는 ‘도화선’ 구실을 하는 셈이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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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전술핵 재배치’ 딜레마
입력 2016-02-19 2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