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엔 회원국 자격정지’ 추진… ‘北고립 작전’ 국제미아 만들어 외교 압박

입력 2016-02-19 21:22
정부가 북한의 유엔 회원국 자격정지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그동안 유엔 제재 결의안을 ‘너무나 우습게’ 어겨온 북한에 대한 가중처벌 의미를 갖는다.

유엔이라는 공동의 틀 안에서 만들어진 북핵 해결 노력을 헌신짝처럼 내던진 북한에 대해 회원국 자격을 박탈해 ‘국제 미아’로 전락시켜야 한다는 고강도 압박 카드이기도 하다. 북한 우호 국가들조차 이런 움직임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어 실제 절차에 착수하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 정부의 우선 목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를 조속한 시일 내에 고강도로 이끌어내는 것이다. 북한 유엔 회원국 자격정지 추진 역시 이를 위한 포석으로 여겨진다. 숱하게 유엔 결의안과 헌장을 위반해온 북한을 국제적인 여론전을 통해 최고 강도로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유엔 회원국 대다수가 북한의 ‘부적절한 행동’을 지적하고 있어 심리적인 우호전선은 이미 구축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더 나아가 국제사회에서의 ‘북한 발언권’을 제한하겠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발사해 놓고 “위성 발사는 주권국가의 자주적 권리”라고 강변하며 끊임없이 국제사회에 호소하는 북한의 주장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만약 북한이 회원국 자격을 박탈당하면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에서 제외되는 만큼 우리 정부가 실제 축출을 추진하는 쪽으로는 나아가지 않을 개연성이 상당하다. 축출되지 않더라도 유엔 본회의에 이 의제가 제기되는 것만으로도 북한의 입지는 급속도로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게 우리 정부의 진짜 의도인 셈이다.

우리 유엔대표부가 지난 15∼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헌장 관련 회의에서 북한의 축출을 주장하는 대신 “유엔헌장에 대한 모욕” “안보리 결의안 위반”을 들며 북한의 ‘반성’을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동남아 국가 등 제삼국 참석자들도 북한에 대한 질타를 쏟아냈다. 외교부는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회의 참석 국가들이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 사실을 지적하며 유엔 회원국 자격 문제를 상기시킨 건 주목할 만한 일”이라며 “다만 아직 소수 국가가 제기한 것인 만큼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 당국자는 워싱턴 주재 국내 언론 특파원들을 만나 “미국과 중국은 안보리 결의안에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대북 제재 내용을 담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는 이날 워싱턴에서 첫 고위급전략협의를 갖고 북한 제재안을 논의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에 대한 안보리 추가 제재 결의안이 강력한 제재가 되도록 전력을 다하기로 미국과 의견을 같이했다”며 “미국과 중국도 본격 협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결의안이 도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 부장관도 안보리 대북 제재에 대해 “진짜 ‘이빨’이 있는 가장 강력한 결의안을 도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미 PBS방송에 출연한 블링컨 부장관은 특히 중국에 대해 “단순히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실제 제재에 동참하라고 촉구한다”며 “중국이 북한을 쥐어짤 수 있는 많은 영역이 있다”고 했다. 또 “중국은 북한을 너무 강하게 밀어붙이면 한반도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한반도 불안정의 원인은 바로 북한 정권이라 여긴다”고 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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