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에게 작품은 생명과 같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고 있는 조각전 ‘조성묵의 맛과 멋’은 작가가 마지막 생명과 맞바꾼 전시라는 점에서 뭉클해진다. 만성 폐질환으로 입원 중이던 그는 지난해 12월 1일 개관을 앞두고 수차례 앰뷸런스를 타고 와서 설치 작업을 지휘했다. 결국 1월 18일 향년 76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에게는 ‘안주하지 않고 변신을 거듭하는 작가’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전시장을 찾으면 빈말이 아님을 실감할 수 있다.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한 그는 1960∼70년대 대표적인 전위 미술단체 ‘AG’에 참여하며 추상 조각의 세계를 개척했다.
브론즈, 나무 등이 전형적인 조각 재료이던 시대에 산업 생산된 기성품을 재료로 도입해 일상의 사물을 현대 미술로 끌어들였다. 의자 시리즈만 해도 전통적인 브론즈로 만든 것도 있지만 강철로 만들었음에도 가죽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버려진 카세트플레이를 사용해서 만든 의자에선 유행가가 흘러나오기도 한다.
80년대 작업했던 ‘메시지’ 혹은 ‘메신저’ 등의 이름이 붙은 의자 시리즈는 그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됐다. 그러나 실험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90년대 이후에는 실제 국수를 재료로 사용했다. 전시장에 펼쳐진 밀밭을 실제 국수로 표현했다는 것 자체가 흥미롭다. 거꾸로 합성수지를 사용하면서도 마치 빵으로 만든 듯한 느낌을 주는 조각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재료가 갖는 물성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뒤집는 반전의 즐거움이 전시장에 설치된 90여점의 전체를 관통한다. 전시는 6월 6일까지.
손영옥 선임기자
‘조성묵의 맛과 멋’… 생명과 맞바꾼 조각전
입력 2016-02-22 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