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230원 돌파… 5년8개월 만에 최고치

입력 2016-02-19 21:11

원·달러 환율이 1230원대로 치솟았다. 2010년 6월 이후 5년8개월 만의 최고치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0원 오른 1234.4원으로 마감했다. 장중 1239.6원까지 찍으며 1240원대를 넘보기도 했다. 그러다 외환당국이 시장에 구두개입하면서 상승폭이 줄었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 속에 가파르게 올랐다. 개장일인 1월 4일부터 15.2원 폭등해 1187.7원을 기록한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 7주 만에 1230원대로 올라섰다.

원화 약세 영향으로 원·엔 재정환율도 급등했다. 이날 오후 3시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1091.67원으로 전날 같은 시간보다 14.13원 올랐다. 지난해 6월 100엔당 900원 아래로 떨어졌던 원·엔 환율이 1090원대로 치솟은 것이다.

원화 약세는 중국 경제 불안과 국제유가 하락 등 글로벌 여건 악화에 따라 진행된 면도 있지만, 최근에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과 같은 내부적 요인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특히 남북관계 경색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진 것이 원화가치 하락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그동안 수출경기 부양을 위해 원화 약세를 용인하는 듯하던 외환당국이 이날 구두개입으로 대응에 나섰다. 홍승제 한은 국제국장과 황건일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국장은 “한은과 정부는 최근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과 변동성이 과도하다고 생각하고 시장 내 쏠림 현상이 심화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나친 쏠림에 대응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으며 이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화 약세는 기본적으로 해외시장에서 우리나라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수출에 도움이 된다. 특히 원·엔 환율이 크게 오른 것은 일본 업체와 경합하는 우리 수출기업에 희소식이어서 현대·기아차 등 자동차 업종 주가가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통화가치 하락에 따른 수출 개선 효과가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금융센터 김권식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수출물량 감소와 보호무역 강화, 글로벌 생산구조의 변화 등으로 환율과 수출 간 연관성이 크게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통화가치 약세가 1990년대에는 수출을 1.3만큼 개선시켰다면 최근엔 그 효과가 절반 수준(0.6)으로 저하됐다는 것이다. 브라질의 경우 2011년 7월 이후 헤알화 가치가 159%나 절하됐음에도 수출은 19% 이상 감소했다. 일본도 현 정부가 엔저 정책을 펴왔지만 수출은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 중이다.

한편 이날 코스피지수는 7.40포인트(0.39%) 오른 1916.24로 장을 마쳤다. 하락세로 출발했으나 외국인투자자가 1723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코스닥지수도 6.13포인트(0.96%) 상승한 644.56으로 마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