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또 다른 얼굴은 백남준(1932∼2006)의 비디오아트 작품 ‘다다익선’이다. 이 작품이 설치된 건 1988년. 86년 8월 개관 당시만 해도 중앙홀은 ‘비움의 미학’이 있었다. 중앙홀을 감싸는, 미국 구겐하임을 연상시키는 회오리 계단이 인상적이다.
김태수 건축가는 이 작품이 설치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뉴욕에서 생전의 백남준을 만났던 일화를 전했다. “백남준 선생이 ‘고맙다. 어떻게 내 작품을 위해 그렇게 그 공간을 비워놓았냐’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그걸 놓으려고 한 게 아니에요. 답답하잖아요.”
그는 경기도 용인의 백남준아트센터 등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 수 있지 않겠냐고 했다. 건축가의 구상대로 건축물이 사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다다익선은 10년간 전시계약을 했지만 연장되면서 28년째 ‘붙박이 작품’으로 그 자리에 있다. 이제는 과천관의 상징이 되다시피 했다. 다다익선의 처리 문제는 국립현대미술관으로서는 그래서 더욱 곤혹스런 과제다. 미술관 관계자는 “이전을 하기 위해 해체를 하게 되면 하드웨어인 구조물 자체는 사라지고 TV수상기만 남는 문제도 있다. 특히 작가가 작고해 저작권 해결 등이 복잡하다”고 말했다. 다다익선은 18.5m에 달하는 거대한 탑 모양의 철골 구조물에 1003대의 TV수상기가 설치돼 있다.
손영옥 선임기자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비어있던 중앙홀의 ‘다다익선’ 설계자는 “답답하다” 말하는데…
입력 2016-02-22 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