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평화협정 논의 위해서도 중국은 제재 동참하라

입력 2016-02-19 17:52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지난 17일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는 것과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것을 병행해 추진하는 협상 방식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평화협정은 북한이 상투적으로 제안했던 것으로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6자회담 당사국이 2005년 합의한 9·19 공동성명에도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포기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면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북·미 관계도 정상화시킨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후 북한은 2006년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합의를 깨버렸다.

중국은 북핵 문제에 한·미도 책임이 있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현재 유엔 안보리 제재가 논의되고 있는 시점에서 중국의 제안은 의도적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북핵 개발 책임이 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평화협정을 연결시켜 교묘하게 한·미에 공을 떠넘기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과거 북한의 평화협정 주장은 주한미군 철수, 한미연합사 해체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9·19 합의를 깨버린 북한에 극도의 불신감을 갖고 있는 미국과 북핵을 머리에 이고 있는 한국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비핵화·평화협정 병행론을 제기한 것은 중국에 북핵 개발 책임을 묻는 국제사회의 기류를 감안하는 한편 북한을 감싸주고 제재 확정까지 시간을 벌기 위한 방안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게다가 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한반도 배치와 관련해 관영 언론을 통해 한국을 겁박하는가 하면 외교부 대변인이 철회를 공식 요구하는 등 내정간섭적 발언까지 마다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평화협정 운운보다 유엔의 실효적인 대북 제재에 먼저 적극 동참해야 한다. 그 이후에 평화협정으로 가기 위한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순서다. 그래야 중국의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이 인정받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설득력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