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역량은 처지면서 높은 대우 받는 한국 공무원들

입력 2016-02-19 17:52
대한민국은 공무원 시험 열풍에 빠져 있다. ‘공시족’ ‘공시촌’ ‘공시폐인’ 등의 신조어가 이를 잘 말해준다. 안정적인 직장을 찾아 청년 취업 준비생 3명 중 1명 이상이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고 있다. 올해 국가직 9급 공무원 시험에 역대 최다인 22만명이 원서를 냈을 정도다. 사법시험과 5급 시험 등까지 포함하면 절반이 ‘공시·고시족’이다. 이렇게 매년 우수 인력이 몰리지만 정작 우리나라 공무원의 역량은 떨어진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주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18일 ‘한국 공공(公共) 인력 역량에 대한 실증 분석’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교수는 “한국의 공공 인력이 핵심 정보 처리 역량 항목인 ‘언어 능력’ ‘수리력’ ‘컴퓨터 기반 문제 해결력’ 등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못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공공 인력은 중앙·지방 공무원과 공기업 등에서 일하는 근로자를 모두 포괄한 개념이다. 주목할 점은 근무 연수가 쌓여 가면 갈수록 대부분 항목에서 경쟁력이 뒤처진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들어갈 때는 빼어난 인재들이지만 급속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반면 민간 대비 공공부문 임금 수준은 주요 OECD 국가를 포함한 비교 대상 23개국 가운데 둘째로 높았다. 일은 못하는데 민간 부문보다 25%나 더 받고 있다.

박근혜정부도 이런 점을 인식하고 공무원 사회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에 나서고 있다. 인사혁신처가 지난해 말 철저한 능력과 성과 중심으로 인사관리를 하겠다는 요지의 ‘공무원 보수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한 것도 이런 취지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실효성이 떨어지면 소용이 없다. ‘공무원=철밥통’이라는 공식은 하루빨리 깨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