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미생들 기적은 지금부터… 독립구단 연천 미라클 트라이아웃

입력 2016-02-20 04:00
연천 미라클의 김인식 감독(맨 앞 가운데)이 19일 경기도 남양주체육센터 야구장에서 열린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우리는 야구인입니다. 그 인연은 계속됩니다.”

우리나라 유일의 독립야구단 연천 미라클의 김인식 감독 목소리가 경기도 남양주체육센터 야구장에 울려 퍼졌다. 19일 연천 미라클의 트라이아웃 현장. 저마다 새로운 기적을 꿈꾸며 모인 61명의 선수들은 ‘야구인’이라는 단어에 숙인 고개를 들었다. 잊고 있던 혹은 잊으려 애썼던 뭔가를 찾은 양 이들의 눈은 빛났다.

2008년 SK 와이번스 1차 지명을 받았던 황건주(27)는 떨리는 마음으로 이곳을 찾았다. 한때 촉망 받는 유망주였지만 지금은 여러 도전자 중 한 명이다. “프로에 가는 게 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게 끝은 아니었다. 가서 얼마나 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했다”며 과거를 회상한 그는 “2012년 방출된 이후로도 꾸준히 야구의 끈을 놓지 않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방출 이후 고양 원더스에서도 뛰었던 황건주는 지난해에는 오스트리아로 넘어가 야구를 했다. 그는 “오스트리아 리그가 돈을 많이 주거나 수준이 높은 곳은 아니다. 그러나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은 한국보다 좋았다. 한국에선 갈 데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함께 간 최향남 선배로부터 몸 관리법이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조언도 많이 들었다”며 “원래 1년을 보고 간 것이다. 한국에서 다시 도전하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덧붙였다.

황건주는 돌고 돌아 다시 출발선에 섰다. 목소리에선 간절함이 묻어났다. 테스트를 마치고 나온 황건주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식 게임은 아니었어도 뭔가 긴장이 되는 게 있었다. 최선을 다했고, 후회는 없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한화 이글스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허유강(30)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그는 겨울을 방황 속에 보냈다. “야구를 그만둘까도 고민했다”던 그는 “마음을 다잡고 다시 해보려 한다. 몸을 다시 만들기 시작한 지는 1주일 밖에 되지 않았다. (됐으면) 좋겠다”고 애타는 마음을 털어놨다.

현장에는 15명의 비(非)선수 출신 지원자도 있었다. 그들이 온 이유는 선수 출신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야구가 하고 싶어서였다. 군복을 입고 테스트에 참가한 이재호(23)씨는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한 건 아니지만 아는 분 소개로 대학에서 야구를 하고 있다. 현재 군복무 중이라 신청을 해놓고도 테스트를 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했는데 이렇게 기회를 받은 것만으로도 기쁘다”고 말했다.

연천 미라클은 테스트를 본 이들 중 25명을 선발해 다음주 중 발표할 예정이다. 팀 관계자는 “지난해 트라이아웃에는 20명이 조금 넘게 왔다. 그 중 이강혁(NC 다이노스)과 이케빈(삼성 라이온즈), 김원석(한화)은 프로 입단에 성공했다”며 “1년 만에 이렇게 3배가 넘는 선수들이 지원을 했다는 건 그만큼 선수들이 야구를 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얘기기도 하다. 연천 미라클이 선수들에게 기적으로 가는 문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남양주=글·사진 황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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