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암으로 투병중이던 지미 카터(91)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암이 완치됐다고 공개 선언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이 간과 뇌로 전이돼 수술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그는 간에서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했는데,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했더니 뇌에서 약 2㎜크기의 종양 4개가 또 발견됐다. 살아갈 날이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했던 그에게 희망이 된 것은 ‘면역항암제’였다. 전이된 암에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를 투여받았고, 암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최근 등장한 면역항암제가 주목을 받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기존 항암제에 비해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점, 놀라운 치료 효과까지 기대되기 때문이다. 1세대 항암제들은 독성이 강했다. 때문에 암을 공격하기 위해서 정상세포까지 구분 없이 사멸시켜 환자에게 구토나 탈모 등의 각종 부작용을 일으켰다. 이어 등장한 치료제가 1997년 등장한 2세대인 ‘표적항암제’다. 표적항암제는 특정 유전자 변이에 의한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해 항암치료 과정에서 나타나는 각종 부작용을 줄일 수 있게 했다. 다만 표적항암제는 암 유발 특정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들에게만 치료제로 쓸 수 있다는 것, 치료제 내성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표적항암제는 수많은 유전체 과학자, 의사들에 의해 개발이 진행 중인 약물이다. 뒤이어 등장한 것이 3세대 치료제인 면역항암제다. 면역항암제는 체내 면역체계에 합성 면역 단백질과 같은 요소를 추가, 면역체계를 활성화 해 종양 세포를 공격하는 치료법이다. 이는 면역세포 표면에 있는 PD-1, CTLA-4, LAG-3 등 억제기전의 수용체와 종양세포 사이의 신호경로에 작용해 종양세포를 억제한다. 기존 항암제는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세포까지 사멸시켜 환자에게 각종 부작용을 일으켰다. 하지만 면역항암제는 암세포 변형으로 생기는 약의 내성 문제나 부작용 등 위험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FDA에서 면역항암제를 혁신적 치료제로 지정해 신속허가를 내 준 것은 면역항암제에 대한 임상결과에 근거한다.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장인 방영주 교수는 “임상을 통해 면역항암제가 기존 세포독성치료제에 비해 치료효과와 생존율이 높고 부작용이 적은 것이 밝혀졌다”면서도, “다만 일부 요양병원에서 환자들이 이 약이 효과가 좋다는 이유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약이 오용 또는 남용될 위험이 있다. 의사들이 신중하게 약을 투약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주요 제약사들도 차세대 항암제로 알려진 면역항암제를 출시했거나, 개발 중에 있다. 현재 국내에서 허가를 받은 면역항암제는 한국MSD ‘키트루다’와 BMS의 ‘옵디보’와 ‘여보이’ 등이 있다. 면역항암제는 흑색종암, 두경부암 등을 비롯해 최근 폐암에도 치료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제약사인 로슈, 화이자, 사노피, 노바티스, 암젠 등도 면역항암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문제는 면역항암제도 내성 가능성이나 유전자 변이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몸은 외부의 변화에 빠르게 반응하고 적응한다. 암세포가 진화하면서 우리 몸의 면역체계도 변화한다. 면역항암제로 치료할 경우, 일부 환자에서 일정 투여 시간이 지나면 생존곡선에서 평형상태를 유지해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항암제 투여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우리 몸에서 면역계의 교란이 일어나 암이 재발될 우려도 있다. 가장 크게 직면한 문제는 면역항암제의 1회 투약 비용이 약 1000만원에 육박하다 보니 환자 가격 부담이 크다는 점에 있다. 현재 면역항암제는 국내에서 비급여이기 때문에 환자가 고가의 약값을 전액 지불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정부에서 보험급여 적용이 된다고 하면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이 있어, 향후 제약사와 정부가 약가 협상을 통해 보험급여 적용이 될지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면역항암제가 흑색종, 위암, 폐암 등 다양한 암에 적응증을 가진 약물이기 때문에 보험급여가 될 경우 상당히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다만 이 약이 건강보험 급여로 적용이 될 경우, 건강보험재정의 한계에 부닥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장윤형 기자
[2016 눈길끄는 암 치료법-면역항암제] 암 접근방식 달라 부작용 적고 안전
입력 2016-02-21 1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