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vs 살리에리’ 4색 무대… 앙숙? 동료? 두 사람 소재 작품은 계속된다

입력 2016-02-22 04:00
프랑스 뮤지컬 ‘아마데우스’(위쪽 사진)와 창작뮤지컬 ‘살리에르’ 등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삶을 소재로 한 작품 4편이 올해 상반기 국내 무대에 연달아 오른다. 마스트엔터테인먼트, hj컬처 제공

지난 17일(한국시간) 프라하 체코음악박물관에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와 안토니오 살리에리가 함께 작곡한 4분 길이의 성악곡 ‘오필리아의 건강을 위해’가 230여년 만에 발견돼 대중 앞에 첫선을 보였다. 모차르트가 사망하기 6년 전인 1785년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코르네티’로 알려진 미상의 음악가 등 3명이 공동 작곡한 것이다. 이로써 둘의 관계가 라이벌이 아닌 동료에 가까웠다는 학계의 정설도 다시금 확인됐다.

그동안 세간에선 살리에리가 모차르트의 천재적 재능을 시기해 독살했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졌다. 모차르트 사망 직후 오스트리아 빈 음악계에 소문이 났으며 빠르게 유럽 전역으로 퍼졌다. 그리고 살리에리가 죽은 지 6년 뒤인 1831년 러시아의 문호 푸시킨은 희곡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에서 오늘날 대중들의 뇌리에 각인된 ‘광기 어린 천재와 그의 재능을 시기하는 노력파 경쟁자’로 두 사람의 관계를 처음 그려냈다. 러시아 작곡가 림스키 코르사코프는 1898년 이를 동명의 오페라를 만들었다. 이후 영국 극작가 피터 쉐퍼가 1978년 푸시킨 희곡을 바탕으로 희곡 ‘아마데우스’를 발표한데 이어 체코 감독 밀로스 포먼이 1984년 동명 영화로 만들며 독살설에 정점을 찍었다.

비록 이번에 모차르트와 살리에리가 함께 작곡한 악보가 나왔지만, 두 사람의 관계에 천착한 공연은 앞으로도 계속 될 전망이다. 팩션(Faction)의 소재로 두 사람 이야기만큼 흥미로운 것도 드물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서울에서도 둘의 삶을 소재로 한 공연 4편이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우선 쉐퍼의 희곡을 근간으로 한 연극 ‘아마데우스’가 1월 15일 개막해 4월 3일까지 대학로 나온씨어터에서 공연되고 있다. 이 작품은 국내에서 여러 번 공연됐는데, 대부분 1978년에 나온 첫 번째 희곡을 사용했다. 쉐퍼는 꾸준히 대본을 손질했고, 영화의 경우 세 번째 버전을 썼다. 2011년 명동예술극장에 전훈 연출로 공연된 연극 ‘아마데우스’는 여섯 번째 버전을 사용했다. 올해는 전훈이 직접 개작해 번역과 연출 사이의 이질감을 줄였다.

푸시킨의 희곡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를 바탕으로 한 창작뮤지컬 ‘살리에르’는 2월 18일∼3월 13일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된다. 2014년 초연 당시 호평을 받아 이번에 대극장 버전으로 관객을 다시 찾아왔다. 젊은 창작자 정민아와 이진욱이 각각 대본과 작곡을 담당했다. 살리에리의 내면에 좀 더 무게를 실은 게 특징이다. 제목 ‘살리에르’는 발음 편의상 국내 제작사가 자체적으로 붙인 것이다.

뮤지컬 ‘아마데우스’의 프랑스 오리지널팀은 3월 11일∼4월 2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아시아 최초의 내한 공연을 한다. 2012년 한국어 라이선스 초연을 가졌던 뮤지컬 ‘모차르트 오페라 락’이 새롭게 바뀐 것이다. 젊은 시절 후원자였던 콜로레도 잘츠부르크 대주교의 억압을 피해 빈으로 간 모차르트가 살리에리와 경쟁하며 음악가로서 성공과 추락을 맛보는 과정이 그려졌다. 50여 명이 무대에 오르는 이번 공연에선 400여 벌의 의상이 동원돼 화려한 18세기 유럽을 웅장하게 재현한다. 또 클래식과 락 음악이 조화된 노래는 프랑스에서 차트 1위를 휩쓰는 등 큰 인기를 얻었다.

오스트리아 극작가 미하엘 쿤체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의 뮤지컬 ‘모차르트’ 라이선스 공연도 6월 9일∼8월 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진다. 살리에리보다 콜로레도 대주교 및 아버지와의 관계에 천착해 작품을 풀어냈다. 2010년 국내 초연 당시 김준수가 출연하면서 3000석 가까운 세종문화회관을 연일 매진시켰다. ‘엘리자벳’ ‘레베카’ 등 빈 뮤지컬 열풍을 일으키는 발화점이 됐다. 올해 공연은 일본의 대표적 연출가 고이케 슈이치로가 연출한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