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진영] 아파트 경비원 지키기

입력 2016-02-19 17:53

“저는 ○○○호에 사는 호수초 6학년 학생입니다. 저는 경비원 감축 의견에 반대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경비아저씨들과 인사도 많이 나누고 겨울에 같이 주차장 길의 눈도 치워 드렸습니다. 이렇게 정이 많이 든 아저씨들이신데 10명만 남기고 자른다는 게 너무하고 ….”

고양시 일산동구에 사는 초등생이 입주민 투표를 앞두고 비뚤비뚤한 손글씨로 써 아파트에 붙인 소자보다. 작년 말 페이스북에 오른 이 사진은 한동안 회자됐다.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부담 증가와 스마트 경비시스템 도입 확산 등으로 아파트 경비원의 고용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서울 강서구 가양동 D아파트에서는 경비원 44명 모두를 해고하려는 입주자대표회의의 시도가 세 차례 이어졌다. 무인 경비체계로 대체하기 위해서였다. 노원구 중계동 S아파트는 작년 1월 경비원을 32명에서 13명으로 줄였다. 서초구의 한 아파트도 경비원 30%를 내보내기로 했다. 관리비가 가구당 몇 만원 줄고, 첨단화로 집값이 오른다는 것이 명분이다.

그러나 입주민들이 별로 호응하지 않는 조짐이다. 경비원을 ‘비용과 편익’의 대상으로만 여겼던 관점에서 벗어나 ‘아파트 가족’으로 받아들이려는 사례가 많다. 해고 반대 전단을 붙이는 방어적 차원을 넘어 적극적으로 ‘경비원 지키기’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가양동 D아파트 일부 입주민은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경비원 해고결의 무효 소송을 냈다. 한 주민은 “내가 먼저 생활 속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임으로써 공동체의 민주적 가치를 찾으려는 이웃들이 꽤 된다”고 말했다.

경비원과의 상생 현장은 곳곳에 숱하다. 입주자회의 운영경비 등을 절약해 임금을 올려주거나 단지내장터 수익금을 전달하기도 하며 퇴직 전별금을 십시일반 모은 아파트도 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힘을 보탰다. 충남 아산시는 고령 경비원을 고용하면 임금을 지원하며 서울 성북구와 강서구는 입주민과 경비원이 함께한다는 상생계약서를 도입하거나 관련 조례를 만들 방침이다.

국민의 49.6%가 아파트에 산다. 경비원과 함께하는 것이 아파트를 ‘마을’로 만드는 하나의 대안이 될 것 같다.

정진영 논설위원 jy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