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법 개정과 관련, 임시국회가 다시 열렸지만 입법 논의에 진전이 없어 답답하기 그지없다. 파견법은, 노동시장의 근원적인 구조개혁을 감안한다면 이해관계 당사자의 이익을 적당히 고려하는 절충방안보다 노동시장이 공정하게 작동하도록 입법을 통한 질서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당사자의 이해관계가 상충할 때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조절점을 찾는 것도 필요하다.
노동시장에서 행위자의 일방적 승리는 기대할 수도 없고 기대해서도 안 된다. 노동계가 고용안정을 도모하고자 한다면 처우개선을 양보해야 할 것이고, 처우개선을 도모하고자 한다면 고용안정은 포기해야 할 것이다. 경영계도 마찬가지다. 고용유연화를 도모하고자 한다면 처우개선을 보장해야 하고, 인건비 절감을 목표로 한다면 고용안정을 보장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고용의 안정과 유연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고용유연안정화가 해답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선진국의 경험을 보면 고용유연화를 도모하면서 처우개선을 추구하는 것이 대세다. 말하자면 파견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파견근로자를 사용사업장 근로자와 동등하게 대우한다.
선진국에서는 파견근로자가 사용 회사에 일시적으로 파견되어 있지만 회사의 직영근로자라는 인식이 정착되어 있다. 물론 양보와 타협이 정착된 노사문화에서는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완전하게 교환해 파견근로에 대한 규제를 폐지하면서 동등하게 대우한다. 그러나 노사문화가 성숙하지 못한 우리나라는 완화된 조절, 즉 노사가 양보 가능한 것을 먼저 교환하면서 궁극적으로 고용유연안정화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파견대가 항목을 명확하게 하거나, 파견근로이면서도 도급으로 악용되는 것을 근절하기 위해 파견과 도급의 구별 기준을 명시하는 것은 근로자 보호의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고용유연안정화가 노동시장 참여자만 보호해서는 곤란하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우리 사회를 전방위로 보호해야 하는 공익적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제조업 직접 생산, 공정업무와 금지업무를 제외한 모든 업무에 고령자 파견을 허용하고, 일반 국민의 생명·건강·신체의 안전을 위한 업무에 파견을 제한하는 것은 공익목표에 부합한다. 그리고 인력난을 겪고 있는 일부 업종에 파견을 허용하여 내국인 근로자의 고용을 촉진하는 것도 공익적 목표에 부합한다.
이같이 파견근로에 대한 입법과 정책은 3가지 목표, 즉 처우개선을 통한 파견근로자의 보호와 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고용의 유연화 및 공익의 보호를 조화롭게 조절하는 방안이 되어야 한다. 다만 이 방안들은 타협과 양보에 익숙하지 못한 우리나라 노사문화를 고려한 완화된 조절방안이다. 말하자면 고용안정과 고용유연화의 궁극적 도착 지점은 아니라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고용의 유연화를 도모하기 위해 선진국처럼 파견근로에 대한 제반 규제를 없애야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철저한 처우개선 및 차별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파견근로를 인건비 절감의 수단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우리가 직접 고용하는 근로자로 여겨 처우를 동등하게 해 줄 때 노사 간의 갈등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파견법 개정에 덧붙여 차별시정제도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현장에 정착시키는 것이야말로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김영문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기고-김영문] 파견법이 가야 할 길
입력 2016-02-19 1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