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하순에 이른 2월. 월초 중고교 졸업식을 필두로 설 이후엔 초등학교 졸업식이, 다음 주에는 대학 졸업식이 줄지어 있다. 이렇듯 2월의 풍경은 마무리와 새로운 출발이 섞여 우리를 과거 시간 속으로 되돌리는 동화적 마력을 지닌다. 첫 번째가 아닌 두 번째라는 의미 ‘2’라는 숫자가 긴장을 풀어주어서인지는 몰라도 마음은 다소 여유롭다.
자연수 중 1과 자기 자신으로만 나누어지고 1보다 큰 수를 소수라 한다. 1과 소수를 제외한 나머지 자연수는 합성수라 불리는데, 이들을 소인수 분해를 하면 모든 합성수는 소수의 곱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소수는 모든 수의 근간을 이루는 기원적 특성과 매력을 지니는 자연수이다. 그러므로 ‘2’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 소수 중 으뜸이다.
으뜸이고 최고를 상징하는 ‘1’보다 강하고 소중한 ‘2’는 많이 있다. 한번 쓰고 방전되어 버려지는 1차 전지보다 방전과 충전을 반복하는 2차 전지가 훨씬 강하고 쓰임새도 많다. 1차 산물보다 2차 산물이 강한 경우는 식물체의 진화과정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일부 식물은 기초대사 목적과 무관하게 자신을 보호하는 2차 화합물(타닌과 알칼로이드 등)을 생산하여 자신을 공격하는 초식동물을 퇴치하는 능력을 지닌다.
또한 인류가 이룬 위대한 성공은 단 한 차례의 시도로 이루어진 것이 거의 없다. 최초로 남극점을 정복한 노르웨이 탐험가 아문센은 남극점 정복에 앞서 남위 80도 지점에 보급품을 비축하기 위해 몇 달 동안 여러 번의 탐사여정을 반복하였고, 1911년 9월 1차 도전에 실패한 후 불굴의 의지력으로 10월 2차 도전을 통해 원대한 목표를 달성하였다.
졸업과 동시에 같은 도전을 반복해야 하는 젊은이들이 기억해야 할 것은 한번의 실망스러운 도전 결과로 좌절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일치하지 않는 2개의 점이 한 직선을 만들고, 겹치거나 꼬여 있지 않은 두 직선이 평면을 결정하기에 두 번째의 도전 과정을 걱정해선 안 된다. 동화적 마력을 품은 여유, 자신만의 매력과 능력, 그리고 강한 의지력으로 마음을 추스르고 목표를 선명히 볼 수 있도록 내면의 창을 닦고 힘을 내야 한다. 이 또한 곧 지나갈 것이고 인생은 지금부터니까.
노태호(KEI 선임연구위원)
[사이언스 토크] ‘1’보다 강하고 소중한 ‘2’
입력 2016-02-19 1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