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김무성 대표와 험한 말들을 주고받은 이후에도 ‘마이웨이’를 고수하고 있다. 비박(비박근혜)계가 ‘월권’이라며 공관위원장의 우선추천 지역 확대 방침을 제지하고 나섰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당헌·당규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겠다”면서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비박계에선 18일 “이 위원장이 내정됐을 때부터 예고됐던 사태”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미스터 쓴소리’라고 불릴 정도로 앞뒤 재지 않는 이 위원장의 스타일 때문에 앞으로도 당 내홍은 그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이 위원장이 2014년 당헌·당규개정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당시 “이제 전략공천이라는 것은 없다”고 단언했던 것과 180도 달라진 태도라는 비판도 뒤따랐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교사’로 불렸지만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정부의 경제정책을 거세게 비판했던 이 위원장의 평소 언행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 일각에선 “이 위원장이 독단적으로 공관위 회의를 끌어가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당헌·당규 테두리 내에서 어떤 ‘입김’에도 영향 받지 않겠다는 스탠스다. 그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우선추천 지역 확대가 당론으로 정한 상향식 공천 원칙에 배치된다’는 지적에 대해 “당론으로 정했다고 해서 당헌·당규에 규정돼 있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현역의원 면접심사 방침도 추진한다”고 했다. 공식적으로는 ‘컷오프’를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물갈이’로 이어질 수 있는 현역의원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 위원장은 “이마저도 나중에 합의가 안 된 것이라고 할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며 우선추천 지역 확대 논란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최고위원회의에선 김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 간 격론이 벌어지면서 공천 룰을 둘러싼 갈등은 계파 간 전면전으로 불붙는 모양새다. 김 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나는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고 했다. 주요 의사결정권을 쥔 최고위나 공관위 구성에서 비박이 친박에 밀린다는 의미였다. 김 대표는 “몇몇 지역에서 미운 놈을 쳐내고 사천(私薦)을 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나는 미운 놈을 쳐내고 원하는 놈을 꽂아 넣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후 공관위 회의에서 이 위원장은 ‘혼란’을 일으킨 데 대해 유감 표명을 하라는 비박계 위원들의 요구에 비공개 회의 전환을 요구하면서 물러서지 않았다. 회의 후 브리핑에선 17개 광역시·도별 1∼3곳씩 우선추천 한다는 방침과 관련, “그것은 목표였는데 따져보니 어떤 지역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곳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어떤 곳은 더 많이 (우선추천)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라며 “예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정치적 소수자를 배려하겠다”고도 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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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2-19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