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세” 혹하지 말고 돌다리 전법으로 분산 투자를… 비과세 해외펀드 29일 출시

입력 2016-02-18 20:50

해외주식 매매·평가차익과 환차익에 세금을 매기지 않는 ‘해외주식 투자전용 펀드’가 오는 29일부터 출시된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달리 가입 대상에 제한이 없어 절세상품으로 많이 찾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 주식형 펀드는 주식 매매·평가차익이 비과세되는 국내 펀드와 달리 세제 혜택이 없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었다. 이에 정부가 해외투자 활성화 차원에서 비과세 해외주식 펀드를 도입하는 것이다. 앞서 2007년 6월부터 2009년 말까지 해외주식 펀드에 비과세 혜택이 적용된 바 있다. 이번에 도입되는 것은 비과세 대상과 기간, 납입한도 등에서 2007년 방식과 약간 차이가 있다.

해외주식에 60% 이상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하면 가입일로부터 10년간 비과세 혜택을 준다. 주식 매매차익만 비과세됐던 2007년과 달리 환차익도 비과세된다. 또 펀드 운용기간(최대 10년) 내내 비과세 혜택이 유지된다. 다만 배당소득은 여전히 과세 대상이다.

가입 기간은 29일부터 내년 말까지로 제한됐으나 자금 납입은 운용기간 내 언제든 가능하다. 1인당 납입한도는 3000만원이다. 소득이 없는 배우자나 자녀 명의로도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자산가들이 증여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판매 개시를 앞두고 금융투자업계는 치열한 고객 유치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 펀드슈퍼마켓은 사이트 내에서 관련 엑스포를 열고 16개 자산운용사 전문가들의 해외펀드 투자 팁과 펀드 지원금(쿠폰)을 제공하고 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해외주식 펀드는 2007년 비과세가 도입됐을 때 폭발적으로 성장하다 2008년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포트폴리오가 망가져 규모가 줄었지만 금융투자업권에선 이번에 정말 열심히 팔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투자자 상당수에게는 중국 펀드에 관한 ‘트라우마’가 있다. 2007년 중국 투자 열풍이 불었다가 금융위기 직격탄에 중국·홍콩 증시가 고꾸라져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고 환매한 경험이다. 이 때문에 비과세라고 무작정 뛰어들기보다 신중하게 전략을 세우고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

현대증권 오온수 연구원은 지역별, 스타일별 치우침을 경계하라고 조언했다. 중국 펀드로의 ‘몰빵’은 위험하고 글로벌 분산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투자대상은 장기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지역·테마로 좁혀야 한다.

지금처럼 글로벌 시황이 안 좋으면 처음부터 한도를 채워서 시작할 필요는 없다. 오 연구원은 “상승장이라면 거치식 투자를 고려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강세장이 아니니 시장이 조정받을 때마다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전략이 유리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투자로 비용이 중요하다면 여타 펀드보다 비용이 저렴한 인덱스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