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8900억 ‘머니게임’… 대학구조개혁 컨설팅업체들 신났다

입력 2016-02-19 04:10

사교육에 등골이 휘는 건 수험생과 학부모만이 아니다. ‘지성의 전당’인 대학들도 교육부 앞에서는 수험생일 뿐이다. 요즘 대학들은 교육부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컨설팅업체에 거액을 내고 ‘족집게 과외’를 받는 처지가 됐다. 교육에 써야 할 등록금을 컨설팅 비용으로 지불하는 셈이다.

교육부가 이런 상황을 사실상 조장하고 있었다. 대학을 평가한다며 만든 공식 기구에 이런 컨설팅업체 관계자들을 위원으로 임명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평가 주체와 평가 준비를 도와주고 장사하는 사람이 동일한 상황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치면 출제·채점 위원으로 사교육업체 강사를 위촉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족집게 과외’ 받는 대학들

교육부는 현재 대학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경쟁력 강화가 명분이다. 2011년부터 교육부 장관 자문기구로 대학구조개혁위원회를 만들고 부실대학 평가, 대학 통폐합 등 주요 사항을 결정해 왔다. 대학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평가 등도 이곳에서 이뤄진다.

그런데 컨설팅업체 관계자들이 이 위원회에 포함돼 있었다. 대학 컨설팅으로 유명한 A회계법인의 B전무는 2013년 8월 1일∼지난해 7월 이 위원회 멤버였다. A회계법인은 10여년간 대학 상대 컨설팅 전담조직을 운영해 왔다. B전무는 이 조직의 책임자 중 하나다.

특히 B전무가 위원으로 활동한 시기는 이 위원회에 대학사회의 이목이 집중된 때였다. 전국 모든 대학을 A∼E등급으로 구분하고 하위권 대학의 정원을 강제로 감축하는 대학구조개혁평가의 ‘룰’을 이 위원회에서 만들었다. 위원회 멤버는 전국 대학의 내부 현황과 교육부의 평가 방향 등 고급 정보에 손쉽게 접근했다. B전무는 “대학구조개혁평가 당시 대학 7, 8곳을 컨설팅했다”면서 “대학들과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고 종합컨설팅의 경우 컨설팅비로 5억원은 받는다”고 말했다.

경영컨설팅이 전문인 C컨설팅업체의 임원급 인사도 같은 기간 위원회 멤버였다. C컨설팅업체 관계자는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만 50건 정도를 컨설팅했다. 대학특성화사업 등에서도 20∼30개 대학을 했으며 비용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등 다양하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민감한 정보가 담긴 회의자료는 종료 후 수거하는 등 엄격히 관리했다”면서도 “평가 때 회계사가 필요한데 대학컨설팅으로 돈 버는 사람들을 넣은 건 문제가 있었다. 현재는 모두 빠졌다”고 해명했다. 한 지역거점 국립대학 관계자는 “지금 빼면 뭐하냐. 이미 길을 터준 뒤라 그런 컨설팅회사들을 중심으로 시장이 활성화됐는데. 이게 교육부의 창조경제인가”라고 꼬집었다.

올해도 8900억원 ‘머니게임’

대학컨설팅 시장 규모는 얼마나 될까. 교육부가 대학구조조정에 본격 착수한 2011년쯤 시장이 탄력을 받았다. 여기에 등록금 동결로 대학들이 정부 재정지원에 사활을 걸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들이 공개를 꺼리고, 컨설팅회사들도 ‘고객 비밀보호’를 이유로 입을 다물면서 교육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교수 인력풀이 풍부한 서울지역 사립대나 지역거점 국립대는 자체적으로 평가를 준비하는 게 아직은 대세다. 컨설팅에 의존하는 대학은 주로 중소규모 대학들이다. 하지만 서울지역 대학도 외국계 대형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 대학컨설팅에 뛰어든 외국계 혹은 국내 대형 업체는 10여곳, 중소업체는 20∼30곳이라고 한다.

교육부는 올해 대학에 1조4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올해 새롭게 평가해 수혜 대학을 선정하는 사업의 지원금 총액은 8900억원에 달한다. 대학구조개혁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산업연계교육활성화 선도대학(프라임 사업)에만 2012억원을 배정했다. 가장 많이 받는 대학은 300억원을 받는다. 대학인문역량강화사업(코어 사업)에서도 600억원이 지원된다. 포스트 산학협력 선도대학(포스트 링크 사업)도 올해 평가가 이뤄진다.

C컨설팅업체 관계자는 “대학구조개혁평가로 지난해 컨설팅업계가 최대 호황이었다. 올해도 굵직한 사업이 많아 준비하고 있다”며 “대학 입장에선 컨설팅비로 몇 억원 내고 수십배로 불릴 수 있는 머니게임이 다시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