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만에 안은 눈물의 졸업장… KC대학 학위수여식 졸업생 대표 60대 최규용씨

입력 2016-02-18 18:14 수정 2016-02-23 10:08
18일 서울 강서구 까치산로 KC대학교(전 그리스도신학대학)에서 진행된 학위수여식에서 45년 만에 이 대학을 졸업한 최규용(가운데)씨가 가족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18일 서울 강서구 까치산로 KC대학교 대강당. 학위수여식에 참석한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 가운데 늦깎이 졸업생 최규용(64)씨가 감회어린 표정으로 강단에 올랐다. 최씨는 신학대학원 신학석사(M.Div)과정 졸업생의 대표로 학위증서를 받았다. 이 대학에서 45년 만에 받은 특별한 졸업장이었다. 청중에서 뜨거운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최씨는 1971년 9월 KC대학교의 전신인 ‘한국그리스도의교회신학교’에 입학했지만 한 달 만에 전남 영암으로 귀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홀어머니를 도와 동생들을 책임져야 했던 가난한 가정 6형제의 장남이었다.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으로 한평생 자신을 위해 살아본 적이 없었던 덕수(황정민 분)와 비슷했다.

학위수여식 전에 만난 최씨에게 졸업 소감을 묻자 지나온 세월이 생각났는지 뜨거운 눈물부터 흘렸다. “지금까지 성령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살았고 공부도 할 수 있었어요. 45년 전 이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꿈을 포기하고 고향에 갔죠. 동생들을 가르치고 자식들도 다 키운 지금 그 꿈을 늦게나마 완성할 수 있어 기쁩니다.”

71년 10월 최씨는 홀어머니로부터 눈물어린 편지를 받았다. 2남 4녀의 장남으로서 동생들을 생각해달라는 것이었다. 아버지가 중풍으로 고생하다 작고해 그의 가정은 매우 가난했다. 눈물로 귀향한 그는 72년 영암농협에 입사해 2009년까지 37년 동안 일하며 가정을 책임졌다. 가정을 꾸린 뒤 아내 역시 가게를 운영하고 핫도그 장사를 해가며 억척같이 생활비를 댔다. 덕분에 그의 가정은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났고 아버지가 남긴 빚도 모두 갚았다. 누나들을 결혼시켰고 동생들도 가르쳤다. 힘든 형편이었지만 남동생의 일본 유학비용까지 지원했다. 그가 최문용 청운대 교수다.

가정만을 위해 살아온 그가 살아계신 하나님을 다시 만난 건 98년 2월이었다. 그는 허리 디스크 때문에 화장실에도 가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었다. 수술 날짜가 임박한 어느 날 방문한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다 극적인 치유를 체험했다.

그는 “하나님을 만난 뒤 옛날에 그만둔 학교에 다시 오고 싶었다”며 “다른 사람들을 섬기는 사역을 하며 남은 인생을 보내고자 2013년 3월 신학 공부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90년대 초 직장에 다니면서 동아인재대 야간 과정과 사이버대 등에서 꾸준히 공부해왔다. 하지만 매주 영암에서 서울까지 올라와 공부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영어가 무엇보다 어려웠다. 피나는 노력 끝에 공부에 재미를 붙였고 교우, 교수들과도 좋은 관계를 맺었다. 동기들은 그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그는 앞으로 어떤 사역을 하고 싶을까. “외로운 어르신들과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하며 돌봄 사역을 하고 싶어요. 고향에서 고사리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어르신들과 함께 즐겁게 일하고 예수님을 믿으며 그렇게 살고 싶어요.”

김아영 기자 cello0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