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논의중” 韓 “아니다”… 사드 협상, 시작도 전에 엇박자

입력 2016-02-18 20:58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를 위한 한·미 실무단 협의가 조만간 시작될 전망이다. 하지만 시작하기도 전에 한·미 간 엇박자가 나와 협상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미 국방부는 17일(현지시간) “한·미 양국 공동실무단이 만나 협의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번 주 내 사드 배치를 위한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 국방 당국이 18일 이를 부인하자 미국 측은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말을 바꿨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미국은 사드 배치를 서두르고, 우리는 속도조절을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흘러나왔다.

사드 레이더 유해성이나 배치 지역 선정 문제 등도 한·미 간 이견을 노출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레이더 유해성 정도=양국 실무단이 최우선적으로 다룰 사안은 바로 사드 레이더의 유해성 범위다. 미국은 레이더 전방 100m까지만 인체에 유해할 뿐이라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근거로는 2012년과 2015년 실시된 괌 기지 인근 사드 배치 지역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제시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미국 육군교범은 전방 3.6㎞까지 비인가자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 국방부도 이 자료를 상당 부분 신뢰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반론도 내부에서 만만찮게 제기된다. 미군 보고서들이 사드 레이더의 메인 빔 영향권만 계산한 것일 뿐 레이더 장비 자체에서 나오는 전자파(사이드 로브)의 유해성에 대해선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의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배치 지역 선정 문제=역시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사드 배치의 1차적 목적이 주한미군 방어인 만큼 기존 주한미군 기지가 사드 배치 지역이 돼야 한다고 주장할 개연성이 높다. 반면 한국은 북한 미사일을 파괴하기에 입지조건이 가장 좋은 ‘최적지 배치’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경우에 따라 주한미군 기지가 아니라 다른 곳에 사드를 배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 측은 주민설득 문제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후보 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이 벌써부터 거부 움직임을 보이고 주민들의 인체 유해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배치 시기는?=미국은 가능한 한 빨리 배치하려는 입장이다. 중국의 반발이 현실화되기 전에 최대한 빨리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겠다는 포석이다. 중국은 사드 한반도 배치를 미국 미사일방어(MD) 체계를 완성하는 단계로 여긴다. 사드 배치로 미국과의 동아시아 패권 대결에서 전력 균형이 깨진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사드 논의가 실제화하면 중국은 군사적 움직임까지 보일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이미 본토에서 운용 중인 기존 사드 포대를 서둘러 한반도로 옮겨오는 게 이런 문제를 돌파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스탠스다.

그러나 한국은 다소 신중하다. 중국 입장을 고려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시기 결정은 사드 배치의 안정성, 최적지 선정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 내부에선 해당 지역 주민들을 충분히 설득하지 않고 미군이 무조건 배치를 강행한다면 ‘제2의 대추리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2006년 8월 경기도 평택 대추리 주민들은 미군이 용산기지를 평택으로 옮기면서 기지 면적을 크게 늘리려 하자 반발, 군과 물리적 충돌을 벌였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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