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의 영원한 비서실장’ 박지원, 캐스팅보트 쥔다

입력 2016-02-18 19:19 수정 2016-02-18 21:11
박지원 의원이 18일 재판을 마치고 대법원을 나서며 지지자들에게 밝은 표정으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무소속 박지원 의원(전남 목포)이 18일 벼랑 끝에서 극적으로 되돌아왔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리는 박 의원은 ‘통합’을 명분으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사이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양당에서는 곧바로 합류 요청이 나왔다.

박 의원은 대법원 선고 이후 기자들을 만나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저는 3년반을 탄압받았다”며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야당 국회의원으로서 위축되지 않고 검찰개혁은 물론 사법부 정의, 그리고 야당의 길을 걸어왔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앞으로 저는 이러한 불행한 일이 다시는 우리 정치권에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각오로 총선에 출마를 하고 목포 시민들의 심판을 받겠다”며 출마 의지를 밝혔다.

박 의원은 벌써부터 정치적 몸값이 수직 상승하는 모양새다.

더민주 김성수 대변인은 “우리 당을 오랫동안 지켜왔던 분으로 무죄 취지로 판결이 난 만큼 당으로 다시 돌아오기를 바란다”며 “김종인 대표는 최근 박 의원과의 통화에서 무죄로 파기 환송될 경우 당으로 다시 돌아오셨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광주 의원들이 대거 탈당한 더민주 입장에서는 박 의원이 복당한다면 호남에서 구심점이 될 수 있다.

국민의당도 지지율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박 의원이 입당한다면 반등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김영환 인재영입위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억울한 정치 탄압을 받았던 박 의원이 우리 국민의당과 함께했으면 좋겠다. 당 지도부에 영입을 건의하겠다”며 “더민주의 계파정치에 호남 민심의 실망이 누적돼 왔기 때문에 박 의원은 우리와 함께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의원은 당분간 무소속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선고 이후 김종인 더민주 대표, 김한길 국민의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는 사실을 전하면서도 “어떠한 경우에도 지금 현재까지로는 더민주와 국민의당을 선택하지 않고 중립적 위치에서 무소속 출마를 하겠단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총선 여론조사에서 무소속임에도 선전하고 있다. 그러면서 “(야권이) 살기 위해서 최소한 당 대 당 통합 아니면 연합 연대 단일화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다 죽는다”며 “양당 지도부는 (분열로) 참패 후 어떤 역사적,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지 잘 생각해야 한다”고도 했다. 박 의원은 양당 후보가 원할 경우, 지원 유세를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박 의원이 혐의를 벗긴 했지만 DJ 후광 덕에 영향력이 과대 평가됐다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박 의원이 더민주 소속이던 2014년 지방선거 당시엔 목포에서 더민주 후보가 아닌 무소속 후보가 시장에 당선되기도 했다.

전남대 오승용 교수는 “박 의원이 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과도하게 가치 부여가 된 측면이 있다”며 “박 의원이 지역에서 완벽히 뿌리를 내리거나 도덕적 리더십을 보여준 것은 아니다. 그 리더십을 불가피하게 인정했지만 정치공학적인 리더십이었다”고 평가했다. 임성수 고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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