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장애아동에 대한 인권침해가 엄청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적이 있다. 영화 ‘도가니’ 개봉에 따른 효과였다. 당시 여기저기서 차별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왔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부가 내놓는 ‘비장의 무기’ 전수조사 카드도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현장에서는 별반 달라진 것이 없었다. 장애아동들은 여전히 인권 사각지대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10∼11월 전국의 유치원과 특수학교, 어린이집, 장애아 전문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교사와 관리자, 학부모 등 1215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와 심층면담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장애아동의 23.5%(286명)는 “적어도 1건 이상의 인권침해 또는 장애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구타·체벌 등 폭력을 경험했다는 답이 10.2%(124명)로 가장 많았다. 놀리거나 비하하는 언어폭력을 당했다는 답이 6.9%(84명)로 다음을 이었고, 과도한 장난이나 따돌림 등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답도 6.7%(81명)로 나타났다. 장기 결석 방치나 교육적 무관심 등 최근 사회문제로 떠오른 교육적 방임을 경험했다는 답도 2.6%(32명)였고, 성폭력이나 성추행을 당했다(0.7%·8명)는 진술도 있었다. 비교적 안전지대인 교실에서조차 또래 일반 아동이나 교사 등에 의해 폭력, 괴롭힘, 교육적 방임 등을 겪은 장애아동들이 적지 않다는 점은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장애인 편견의 단면을 보여준다. 시설 설치나 통학지원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등 정당한 편의제공 요청을 거부당하거나 입학 거부, 교내외 활동 배제 등 교육 기회를 박탈하는 경우도 있었다.
실제로 장애학생에 대한 인권침해 사례는 해마다 늘고 있다. 2015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총 742건의 인권침해 사례가 적발됐다. 연도별로 보면 2012년에는 72건에 그쳤으나 2013년 160건, 2014년에는 266건으로 늘었다. 3년간 무려 3.7배로 급증했다. 장애아동의 취학률이 아직도 50% 중반대에 머물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헌법 3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이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차별받지 않고 정신적·육체적 능력에 상응한 적절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장애아동들에겐 다른 나라 얘기다. 이래선 안 된다. 사회 구성원 각자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일반 사람과 똑같은 인격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는 뜻이다. 정부도 지역사회와 함께 장애 영유아의 인권 증진과 교육권 보장을 위한 실질적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길 바란다.
[사설] 장애를 天刑으로 보는 이들이 아직도 그리 많다니
입력 2016-02-18 1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