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웬사는 정보원 볼레크”… 공산정권 시절 문서발견

입력 2016-02-18 21:04

노조 지도자 출신으로는 폴란드의 첫 민선 대통령이 되고 노벨 평화상까지 받았던 레흐 바웬사(72·사진)가 폴란드 공산정권 시절 비밀경찰의 정보원 노릇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자유노조 지도자인 바웬사가 공산주의 정권하에서 정보원 노릇을 했다는 주장은 이전에도 나왔으나 확실한 증거가 없어 번번이 의혹 제기로만 그쳤었다.

하지만 폴란드 과거사 청산기구인 국립추모위원회(IPN)는 17일(현지시간) “바웬사가 비밀경찰의 정보원이었다는 내용이 담긴 문서를 확보해 검사가 문서를 조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IPN은 나치 및 공산 정권하의 범죄를 조사하는 기관이다.

IPN이 확보한 문서는 지난해 말 숨진 공산정권 시절의 전 내무장관 체슬라프 키슈차크의 부인이 보관하던 문서에서 발견됐다. 이 부인이 문서 뭉치를 외부에 내다 팔려다가 역사적 기록인 게 확인되면서 압수 조치됐다.

문서는 1974년 손글씨로 작성된 것으로, 폴란드 비밀경찰이 ‘볼레크’라는 정보원과 나눈 대화 내용이 담겼다. 그동안 일부 폴란드 역사학자는 비밀경찰이 지정한 바웬사의 코드명이 볼레크라고 주장해 왔다. 특히 내무장관 출신이자 현 폴란드의 국방장관인 안토니 마치에레비도 1992년 비밀경찰 정보원 60명 명단을 폭로하면서 바웬사가 ‘볼레크’였다고 주장한 바 있다. IPN 측은 ‘볼레크’가 4년간 활동했으며 정보원 등록이 취소된 것은 1976년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1970년대 초반은 조선소 노동자 출신인 바웬사가 자유노조 결성 운동을 벌이다가 당국의 탄압으로 실업자 생활을 하던 시기다. 그는 1980년대 대정부 투쟁을 통해 자유노조 설립 합법화를 이끌었고, 이 공로로 1983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이에 대해 바웬사는 “IPN이 거짓말로 ‘없는 역사’를 만들어내고 있다”면서 의혹을 부인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텔레그래프는 비밀경찰이 특정인에 타격을 주기 위해 정보원 활동 경력을 ‘조작’하는 경우도 있어 이번 문서 자체가 꼭 유죄의 증거는 아니라고 전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