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수 부산시장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직 사퇴”… ‘다이빙벨’로 촉발된 내홍 확산

입력 2016-02-18 20:38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퇴임을 둘러싸고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서병수(사진) 부산시장이 18일 당연직인 조직위원장직을 전격 사퇴했다.

서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20년간 시장이 맡아온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민간에 맡겨 좀 더 자율적인 환경에서 새로운 20년을 준비하도록 하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서 시장의 사퇴 및 민간 이양 발표는 이 위원장의 퇴임을 둘러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서 시장은 “그동안 일관되게 부산국제영화제의 예술적 영역에 있어서는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변함없는 원칙을 지켜왔다”며 “그러나 일부 영화인들로부터 자율성을 훼손한다는 오해를 받아왔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번 새출발을 계기로 시는 영화 생태계 조성을 위한 펀드 조성, 종합촬영소 건립 등 명실상부한 세계적 영화도시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지원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서 시장은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임기가 26일 만료되면 다시 위촉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부산국제영화제는 현재 공동집행위원장인 강수연 위원장 단독 체제가 될 전망이다.

시와 이 위원장 간 갈등은 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당시 ‘다이빙벨’ 상영을 두고 처음 불거졌다. 양측의 대립은 정치적 외압 논란으로까지 번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 2014년 감사원이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회의 협찬금 중개수수료 회계 집행에 대한 감사를 벌였고, 시에 관련자들의 검찰 고발을 요구했다. 시는 감사원 요구에 따라 이 집행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했지만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 등 영화계는 이 집행위원장 퇴진을 압박하고 영화제집행위를 길들이려는 의도라고 반발했다. 일부 영화수입사에서 시의 결정을 문제 삼아 올해 영화제 때 영화 상영을 거부할 것으로 알려져 영화제 파행도 우려됐다.

또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과 디터 코슬릭 베를린영화제 집행위원장 등 해외 주요 영화인과 영화기관, 단체, 언론과 학계 등 114명도 서 시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영화제의 독립성을 훼손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1996년 출범 후 21년 만에 조직위원장과 집행위원장이 동반 사퇴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으면서 오는 10월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 개최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부산=윤봉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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