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전능한 주님 말씀 널리널리… 이름처럼 사는 이란성쌍둥이 전지·전능

입력 2016-02-19 20:07
전지(사진 왼쪽)·전능 프롬헤븐 대표가 지난 16일 경기도 일산 덕양구 한 카페에서 주력 제품인 컵을 들고 웃어 보이고 있다. 전호광 인턴기자
프롬헤븐에서 판매하는 성경 구절이 적힌 에코백. 프롬헤븐 제공
‘내가 교회 다니는 걸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 이순신 장군의 유언에 빗댄 이 표현은 자신의 신앙을 주변 사람들에게 숨긴다는 의미로 요즘 기독교인 사이에서 자조적으로 쓰이는 말이다. 교계 관련 부정적인 소식이 많은 현 상황에서 기독교인이 신앙을 밖으로 표현하기가 어렵다는 걸 보여준다.

컵, 노트, 액자 등 생활용품에 성경 말씀을 새기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프롬헤븐’은 이런 이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묵상을 하다 보면 마음에 와 닿고 힘을 주는 구절이 있잖아요. 기독 청년들이 일상생활에서 성경 말씀에 위로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프롬헤븐 대표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전지(27)씨의 말이다. 그의 이란성쌍둥이 전능(27)씨 역시 이곳 대표다. 둘의 이름을 붙여 읽으면 ‘전지전능’이 된다. 이름처럼 전지전능한 하나님을 높이는 수식어 같은 삶을 살고 싶다는 이들을 지난 16일 경기도 일산 덕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들의 명함 뒤엔 각각 ‘하나님은 살아계신다(HE IS ALIVE)’와 ‘하나님은 선하시다(HE IS GOOD)’란 글귀가 적혀 있었다.

한동대에서 시각디자인과 공연예술학을 전공한 전지씨는 평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틈틈이 성경 말씀을 담은 휴대전화 배경화면용 이미지를 올렸다. 매일 아침 자신이 묵상한 내용을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 싶어서였다. 그러던 어느 날, 말씀을 생활용품에 덧입혀보면 어떨까란 생각이 들었다.

“‘말씀을 문설주에 새기라’는 신명기 6장 6, 8, 9절을 묵상하다 문득 ‘이걸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떠올린 게 컵에 문구를 새기는 거였죠. 전능이에게 제 생각을 전하니 ‘당장 해보자’고 격려해 주더라고요.”(전지)

전능씨는 이미 교회 친구나 선후배들이 전지씨가 만든 휴대전화 배경화면용 이미지로 큰 위로를 받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 전능씨는 “자신의 신앙을 학교나 회사에서 밝히는 걸 일종의 커밍아웃으로 생각하는 기독 청년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성경 말씀을 담은 이미지를 휴대전화에 저장하면서는 큰 위로를 받더라”며 “이들이 계속 말씀으로 위로받고 복음에 대한 열정을 회복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프롬헤븐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2014년 12월 홈페이지를 열고 본격 사업을 시작한 이들은 성경구절의 주요 단어를 새긴 컵과 기도·감사노트, 액자를 발매했다.

하지만 이들의 본업은 따로 있다. 전지씨는 입시학원 교사이자 프리랜서 디자이너고, 전능씨는 카페 매니저로 근무한다. 둘 다 오후에 일하기 때문에 오전에 프롬헤븐 일을 하고 있다. 제품 디자인은 전지씨가 맡고 물품 제작·마케팅·영업은 전능씨가 한다. 두 가지 일을 하느라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이들은 “이 일 하면서 돈을 생각하면 힘들어진다”며 웃었다.

“기독 콘텐츠를 돈 주고 사는 데 익숙지 않은 분들이 꽤 많아요. 시장 생각하면 너무 열악한 거죠. 그래서 저희가 각자 돈을 벌어서 사업비로 넣고 있어요. 일종의 자비량 사역인 셈이죠. 수익이 생긴 몇 달 전부터는 탄자니아, 베트남, 필리핀 선교지에 후원도 하고 있어요.”(전지)

현재 프롬헤븐 제품들은 온라인뿐 아니라 수도권 오프라인 매장 10여곳에서도 만날 수 있다. 서빙고, 양재, 부천, 동서울터미널 두란노 매장과 서빙고온누리교회, 서울동안교회, 분당 지구촌교회, 생명의말씀사 광화문점, 장신대 등에 프롬헤븐 제품이 들어가 있다.

“영업 다니면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상품 가치가 없다’ ‘곧 망할 것’이란 말을 자주 했어요. ‘이 돈으로 직접 선교지를 돕겠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고요.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너무 힘들었어요. 하지만 우리 제품을 받고 힘이 났다는 고객의 의견을 들으면 또 힘이 나더라고요. 그것만큼 저희에게 보람찬 건 없습니다.”(전능)

앞으로도 계속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잊지 않고 말씀으로 바로 서도록 돕는 제품을 만드는 게 이들의 목표다.

“우리 제품이 그리스도인에게 하나의 선물 같은 존재가 되길 바랍니다. 그래서 교회를 떠난 사람이나 신앙의 열정을 잃은 이들에게 복음을 기억나게 하는 제품이고 싶어요.”(전능)

“프롬헤븐으로 그리스도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기억하고 파이팅 넘치게 신앙생활을 했으면 좋겠어요.”(전지)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