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의 동행] 4대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3년… 항암신약 급여 통과율 절반 이하 치료 양극화 심각

입력 2016-02-21 17:56

박근혜 정부가 지난 2013년 출범과 동시에 추진해온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로 환자들의 실제 의료비용이 감소하고 있지만, 암환자의 경우 치료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4대 중증질환 환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암환자들에게 필요한 항암 신약의 건강보험 급여 통과율이 박근혜 정부 들어서 절반 이하로 낮아져 환자(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암환자 보장성 강화를 위해 효과가 증명된 신약의 경우 허가 이후 신속한 보험등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4대중증 보장성 강화 정책 3년 어떻게 진행됐나=박근혜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4대 중증질환 치료에 필요한 모든 의료서비스의 건강보험 적용을 약속하고, 2013년 6월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계획’을 수립해 단계적으로 추진 중이다. 이 정책은 암과 심장·뇌혈관, 휘귀난치성 질환 등 고가의 치료비가 발생하는 질환의 건강보험적용 범위와 상한에 제한을 줄여 질병 치료에 투입된 환자 본인부담금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의학적 타당성이 인정되면 환자가 부담하는 비급여 항목을 건강보험공단이 치료비용을 부담토록 하는 급여 전환을 지난 3년간 추진해 왔다.

지난 1월 보건복지부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2016년 업무계획에 따르면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로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약 6150억원의 국민부담이 경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에도 약 2200억원을 경감하는 등 총 8350억원을 경감하게 된다는 것이다. 올해 유도초음파, 수면내시경, 고가항암제 등 200여개 비급여 항목에 대해 신규로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복지부는 당시 업무보고에서 지난 2013년 25개, 2014년 100개, 2015년 258개에 대해 보험을 적용한 바 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해 쿠키뉴스 주최로 실시한 ‘4대 중증질환 보장성강화 어디까지 왔나’ 방송토론회에서 복지부 관계자는 “최근 발표된 ‘2013년 진료비실태조사 결과’, 4대 중증질환 의료비 총액은 10조3465억원이었고, 이 중 비급여(환자 100% 부담) 비용은 1조5790억원(15.3%),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를 제외하고 검사·수술·약제 등을 위해 환자가 전액 부담하는 의학적 비급여는 7344억원(7.1%)였이었다”고 설명했다.

◇항암 신약 급여 통과율 감소=항암제 비급여 환자 부담과 관련 정부도 2010년 항암제 급여범위를 확대하기로 결정하고 같은 해 10월부터 적용했다. 당시 복지부는 항암제 급여확대에 연간 2120억원의 추가 재정이 필요하다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했다. 그러나 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0∼2014년 건강보험 급여확대 항목별 추계 및 연도별 실지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급여확대에 따른 재정추계는 2120억원이었던데 반해 2014년 급여청구액은 437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건강보험재정에서 항암제 급여비로 지출된 금액은 8300억원이었고,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6월 발표한 2014년 비급여 항암제 약품비는 2110억원 가량으로 추산됐다. 이처럼 실제 의료현장에서 쓰이는 재정은 정부가 예상한 재정추계의 약 20%에 불과했고, 정부의 급여확대가 말 뿐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가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를 적극 추진했지만, 여전히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정책 효과를 체감하는 정도는 낮다는 의견이다. 이와 관련 김봉석 한국임상암학회 보험위원장은 “국회예산정책처의 ‘2014년 회계연도 결산분석 종합’ 자료에 따르면 건강보험 재정의 흑자기록 행진에도 불구하고 연도별 건강보험 보장율은 2009년 65%에서 2013년 62%로 해마다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환자 부담이 20%, 10%, 5%로 낮아져 실제 금액적인 면에서는 환자가 내야할 부담이 줄어든 편이다. 그러나 치료에 필요한 검사 자체가 잦은 편이어서 개별 수치로 본다면 보장성은 높아졌지만 전체 지출 의료비를 따져보면 환자의 체감도는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특히 4대 중증질환의 절반 이상이 넘는 암환자들의 경우 치료 효과가 입증된 고가의 항암제에 대한 의약품 접근성이 낮다는 목소리가 많다. 현재 국내 중증환자등록현황에 따르면 4대 중증질환 환자는 대략 140∼160만명으로 추정되며, 이중 약 90만명이 암환자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러한 암환자들에게 사용될 항암 신약의 급여율이 박근혜 정부 들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본지가 지난 2008년부터 2015년까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개한 신약의 급여평가위원회 평가결과와 최종 고시결과를 분석한 결과, 항암 신약의 보장성은 타 질환과 비교해 2배 가량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8년간 암 이외 질환의 약제 고시율(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급여로 최종 고시된 약제 비율)은 51.4%였지만, 항암제는 30%만 건강보험 적용을 받았다. 이를 박근혜 정부 출범 후인 2013년을 기준으로 분석해보면 항암제 고시율은 더 떨어졌다. 분석 결과 2013년부터 2015년까지 항암제 고시율은 20%대로, 항암제 10개 중 8개에 대한 약제 비용은 환자들이 100%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 이전과 비교해도 항암제 급여율은 더욱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 이전인 2008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비항암제 고시율은 55.2%였고, 항암제 고시율은 40.0%였다. 하지만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가 추진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비항암제 고시율은 44.4%, 항암제 고시율은 20.0%로 각각 10.8%포인트와 20.0%포인트 감소했다.

◇빨라진 항암 신약 개발, 더딘 보험급여…환자만 속탄다=최근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 등 항암 신약 개발 속도가 빨라진 반면, 항암 신약에 급여화는 속도가 늦다는 지적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항암 신약 개발 속도가 2배로 증가했다. 급여 속도는 제자리걸음이다. 항암 신약에 대한 선택권을 보다 넒히는 것이 환자 치료에 효과적인 만큼 이를 정책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난소암을 앓고 있는 한 환자 가족은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난소암을 앓고 있는 아내를 살리기 위해 모든 가족이 노력하지만 힘든 것이 현실이다. 지금 바로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해당 항암 신약은 수백만원 정도다. 치료를 미루고 있는데, 아내는 물론 가족들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기종 대표는 “암환자들의 신약의 혜택을 기다리고 있지만, 돈이 없어 여전히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생명과 직결되고 위급한 질환에 대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을 때 급여전환이 같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적 고려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적 부담이 큰 질환과 항목에 대해 건강보험 보장의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고, 항암 신약의 빠른 급여화가 필요하다는 것에 힘이 실린다. 김봉석 위원장은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에서 암환자 보장성 강화 방법의 가장 중요한 점은 증명된 신약이 빨리 국내에서 허가를 받고, 허가 후 보험등재가 가능한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국내 허가 항암신약은 26개로 이중 급여화가 된 품목은 8개다.

김 위원장은 “해당 암질환에 효과가 확인된 신약에 대한 신속한 국내 도입과 빠른 보험등재만이 해결책”이라며 “지난해 국회에서 항암제 보장성과 환자접근성, 항암제 보험급여 지연 등의 문제를 지적하고 전문가들과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상설기구 설치를 권고했다”며 다학제적 상시위원회도 암환자 보장성 강화를 위한 한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다학제적 상시위원회’는 보다 향상된 암치료 보장성 강화를 위해 복지부·심평원·국민건강보험, 환자(단체), 의료진(학계), 정책입안자(국회), 미디어, 개발자(제약사) 등 암질환과 관련된 전문가와 관계자들이 현안을 공유하고 암과 관련된 정책개선을 이끌어내는 실질적인 활동을 수행하는 기구를 의미한다. 박근혜 정부 3년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가 다양한 형태로 추진됐지만, 여전히 암치료에 있어서는 돈이 있고 없고에 따라 치료여부가 달라지는 상황이다. 따라서 항암 신약의 신속한 급여화를 바라는 암환자들과 가족, 국민들은 보장성 강화를 내세운 정부의 빠른 정책 판단을 기대하고 있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