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감독에 그 제자 조감독 출신 새바람… 충무로 신예 감독들 잇단 데뷔

입력 2016-02-19 04:00
첫 작품 ‘검사외전’으로 대박을 터트린 이일형 감독(가운데)이 강동원(왼쪽)과 황정민의 연기를 지켜보고 있다. 쇼박스 제공
‘대배우’로 데뷔하는 석민우 감독(앞쪽)이 주연배우 오달수(오른쪽)와 함께 촬영 장면을 모니터하고 있다. 리틀빅픽처스 제공
17일까지 848만 관객을 모은 영화 ‘검사외전’의 이일형 감독은 윤종빈 감독 아래에서 연출을 배운 조감독(조연출) 출신이다. 이 감독은 윤 감독의 ‘비스티 보이즈’(2008)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1) ‘군도: 민란의 시대’(2014)를 거쳐 올해 ‘검사외전’으로 데뷔했다. 윤 감독의 권유로 시나리오를 쓰게 됐고 첫 작품부터 대박을 쳤다.

새해 충무로에 조감독 출신의 신예 감독들이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감독이 되는 길은 크게 세 가지다. 영화사 연출부에서 일하다가 감독으로 데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세계’의 박훈정 감독처럼 시나리오를 쓰다 연출을 직접 맡거나, 광고회사에 다니다가 감독으로 데뷔한 ‘국제시장’의 윤제균 감독처럼 아예 다른 일을 하다 영화계에 뛰어드는 경우도 있다.

3월 개봉 예정인 오달수 첫 단독주연 ‘대배우’는 석민우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석 감독은 ‘올드보이’(2003) ‘친절한 금자씨’(2005) ‘박쥐’(2009)의 박찬욱 감독 밑에서 연출을 배웠다. 석 감독은 “‘대배우’의 초고를 쓰면서 주인공으로 오달수를 내내 떠올렸다”며 “박찬욱 감독께 시나리오를 보여드렸더니 ‘오달수가 하면 딱이네’라고 얘기해주셨다”고 사연을 전했다.

박찬욱 감독은 ‘대배우’의 촬영 현장에 들러 응원도 하고 편집본도 봐주면서 사제의 정을 돈독히 했다. 이경영이 연기한 ‘깐느 박’은 ‘올드보이’로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박 감독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인물이다. 오달수와 극단 생활을 같이했던 윤제문은 극 중 국민배우 설강식 역을 맡았다. 배우 설경구 송강호 최민식의 이름을 한 자씩 따서 만든 배역이다.

“그 스승에 그 제자”라는 말이 어울리는 충무로의 청출어람(靑出於藍)은 임권택 감독과 김홍준 감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 감독의 ‘서편제’(1993) 조감독으로 일하던 김 감독은 ‘장미빛 인생’(1994)으로 데뷔하며 연출력을 자랑했다. 이전에는 영화 촬영현장이 엄격한 도제(徒弟) 방식으로 진행됐으나 조연출 내지 조감독이라는 역할을 주면서 감독 수업을 쌓게 한 첫 사례로 평가된다.

이후 연출부에서 다져온 내공으로 영화계를 접수한 감독들이 속속 등장했다. ‘베테랑’(2015)으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류승완 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삼인조’(1997)와 곽경택 감독의 ‘닥터 K’(1999) 촬영 때 연출부에서 일했다. ‘도둑들’(2012)과 ‘암살’(2015)로 쌍 천만 관객을 달성한 최동훈 감독은 임상수 감독의 ‘눈물’(2000) 조연출을 맡아 감각을 키웠다.

봉준호 감독도 1000만 관객을 모은 ‘괴물’(2006)과 900만명을 불러 모은 ‘설국열차’(2013) 이전에 ‘맥주가 애인보다 좋은 일곱 가지 이유’(1996)와 ‘모텔선인장’(1997)의 제작사 연출부에서 일한 적이 있다. 이처럼 연출부에서 묵묵히 실력을 쌓고 있는 예비 감독들이 앞으로도 충무로에 새 활기를 불어넣을지 주목된다.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