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오병이어의 기적

입력 2016-02-18 17:41

어린 시절 서울 수유초등학교에 다닐 때 일입니다. 저는 학교 앞에서 50원을 주고 병아리 한 마리를 사서 애지중지 길렀습니다. 병아리는 닭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머니가 사정이 어려운 목사님이 있는데 그분께 닭을 선물하자고 하시는 겁니다. 밤새 울면서 고민하다가 결국 닭을 목사님께 드렸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저는 그때 일을 잊고 살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2004년 저는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처가살이를 시작했습니다. 가정예배를 드리기에 앞서 장인어른께 기도제목을 여쭤보니 남의 땅이 아닌 내 땅에서 농사를 짓는 거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저는 계속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어떤 땅 주인이 저희 집을 찾아왔습니다. 엄두가 나지 않는 가격을 제시했습니다. 낙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문제의 그 땅에 가서 하나님께 다시 기도를 드려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가는 길에 창고 하나가 있는 겁니다. 캄캄한 창고 안에는 닭이 무려 8만5000마리나 있었습니다. 그제야 어린 시절 하나님께 바친 닭 한 마리가 떠올랐습니다. 이상하게도 그 닭들을 보니 확신이 생기더군요.

실제로 이날 집에 돌아오니 장인어른 친구 분이 돈을 빌려주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저의 미국 생활 첫해에 떠오르는 기억입니다.

오늘 본문 말씀 누가복음 9장 13절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 하시니 여짜오되 우리에게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밖에 없으니 이 모든 사람을 위하여 먹을 것을 사지 아니하고서는 할 수 없사옵나이다 하니.”

예수님은 이렇듯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이 말씀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 어린이가 예수님께 순종했고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 아이는 훗날 초대교회의 영향력 있는 지도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 팜스프링스는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오아시스입니다. 1년 내내 비를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멕시코의 ‘메리다’라는 곳에 선교를 갔더니 얼마나 산림이 울창하던지 하루에 다섯 번이나 비가 내렸습니다. 그런데 제가 사는 곳은 비를 보기가 어렵습니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들곤 합니다. ‘밀림에는 비가 조금 덜 내려도 아무 상관없지 않나. 밀림에 내릴 비가 내가 사는 이곳에 한두 번 내려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다 내리는 결론은 언제나 같습니다. 하늘 아래에 물이 없으니 하늘로 올라갈 물도 없고, 그래서 비가 오지 않는다는 거죠.

예수님은 우리를 위해 자신의 생명까지 주셨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요. 생명이 다하면 우리는 어차피 모든 걸 내려놓고 하나님께 가야 합니다. 먼저 내가 가진 것을 내려놓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아무리 맛이 있는 음식을 먹어도 아깝다고 몸 밖으로 배출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병들게 됩니다. 이 세상에 오병이어를 바칠 때 하나님은 더 큰 축복으로 보답하실 겁니다.

최승목 목사(미국 팜스프링스한인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