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건강에 대한 관심은 대단하다. 식품, 운동, 질병, 환경 등에 대한 정보들은 갈수록 늘어난다. 그런데 잠에 대한 얘기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잠자는 것은 깨어있는 것만큼 삶에 중요하다… 인간은 잠을 자면서 중요한 정신적·신체적 과제를 해결한다. 그러므로 만성 수면부족과 시간을 거스르는 삶이 우리의 능력을 감퇴시키고 힘을 소진시키며 장기적으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다.”
독일의 신경생물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페터 슈포르크의 책 ‘안녕히 주무셨어요?’는 지난해 독일에서 출간돼 화제가 된 책이다. 수면과학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현대인의 잠을 논한다. 저자는 현대인의 일과가 과학에 반한다고 말한다. 과학자들이 수십 년간 연구해 수면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많이 알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연구 결과가 시간 관리에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오랜 교대근무는 기대수명을 단축시키고 거의 모든 질병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 또 당뇨환자 중 다수는 잠을 잘 자기만 해도 상당히 좋아질 수 있다. 수면부족은 신진대사 과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점점 더 주목받고 있다. 이런 내용들은 학문적으로 확인된 얘기들이다. 그러나 현실은 건강보다 편의가 더 중시된다. 개인의 시간을 규정하는 정치와 기업, 제도, 편견의 족쇄는 견고하다. 세상은 낮과 밤의 구분이 없고, 쉼과 일의 경계가 사라지는 ‘24시간 사회’로 돌진하고 있다.
우울증과 번아웃 신드롬, 공황장애 같은 심리질환, 알코올 중독이나 여타 약물중독 등이 크게 늘어나는데 대부분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얘기하고 만다. 그러나 생물학적으로 볼 때 스트레스의 중요한 유발자는 바로 만성 수면부족이다. 서구인들의 수면시간은 갈수록 뒷걸음치고 있다. 20∼40년 전에는 하룻밤에 최소 30분∼1시간을 더 잤다. 저자는 “신진대사, 면역계, 신경계에서 생체시계의 신호를 따르지 않는 영역은 하나도 없다”면서 “수면에 대한 계몽이 일반적인 질병예방의 중요한 축을 이뤄야 한다. 수면과 휴식은 운동과 균형 잡힌 영양 못지않게 건강에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책은 잠이 건강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데 그치지 않고 ‘잠 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논의로 나간다. 장시간노동과 조기출근으로 유명한 한국 사회에서 고민해봐야 할 얘기들이 많다.
가장 큰 문제가 야간근무와 교대근무다. 교대근무 노동자들을 연구해온 영국의 생물학자 조세핀 아렌트는 “교대근무는 킬러”라고 잘라 말했다. 밤 10시에서 새벽 6시까지 일하는 것은 최소한의 분야로 규제하고, 상점도 밤 9시 이후에는 문을 닫을 것을 제안한다. 특히 24시간 교대근무(1일 1교대)는 당장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대근무라도 하루 3교대 정도는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 등교시간은 무조건 늦춰야 하고 늦추면 늦출수록 좋다는 입장이다. “청소년은 성인보다 더 많은 수면이 필요하며 생물학적 이유에서 밤에는 더 늦게 졸음이 오고 아침에는 더 늦게 깨어난다”며 “단기적으로는 8시30분이나 9시로 등교시간을 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낮잠을 용인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흥미롭다. 낮에 잠깐 눈을 붙임으로서 모자란 밤잠을 만회하고 두뇌의 작업을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은 오래 전에 증명되었다는 것이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책과 길] 꿀잠 사회를 위한 제언
입력 2016-02-19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