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하도급·용역 등 간접고용은 인력 운용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하기도 하지만 사용자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대기업들은 이런 ‘고용 털어내기’를 통해 인건비 절감, 노조결성 방지, 사회보험료 부담 전가, 산재·성희롱·차별예방 책임 최소화와 같은 편익을 누린다.
최근에는 피고용인을 독립계약자로 일부러 잘못 분류하기, 프랜차이징, 제3자 경영 등으로 ‘고용 털어내기’의 양상이 복잡해졌다. 미국 노동부 행정관 데이비드 와일이 쓴 ‘균열일터’에 따르면 세계화된 굴지의 호텔 체인들에서는 여러 형태의 균열 사례를 조합한 ‘하이브리드 균열’까지 나타나고 있다. 호텔 룸메이킹, 정원 관리와 청소는 물론 주방 서비스와 프런트데스크 업무까지 독립 운영 회사에 맡긴다.
이러한 ‘고용 다면화’의 폐해는 다양하지만 중요한 것은 위험 증대와 임금 양극화라고 볼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국내에서 발생한 중대 산업재해 피해자는 어김없이 사내 하청업체나 파견업체 소속이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에 휴대폰 부품을 납품하는 3차 협력업체 두 곳에서 일하던 파견근로자 3명이 실명 위기에 처해 있는 사실이 지난 4일 밝혀졌다. 알루미늄 절삭용제로 사용하는 고농도 메틸알코올 증기에 노동자들이 보호구 없이 장시간 노출된 것이다. 게다가 기초적인 법적 의무인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교육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사업주도 메틸알코올의 유해성을 몰랐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원청업체가 산재예방 의무를 지는 작업 범위를 확대하고 이를 어겼을 때 처벌 수위를 협력업체와 같게 높이는 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다. 그러나 책임 역량이 적은 하도급 사업주는 처벌받고, 대기업은 로펌 변호사의 도움을 얻어 처벌을 회피하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하청이든 파견이든 누가 부리느냐에 관계없이 작업 시간과 장소를 통제하는 자, 즉 원청 사업주에게 더 큰 책임을 물려야 한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
[한마당-임항] ‘고용 털어내기’의 위험
입력 2016-02-18 1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