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현대의학의 거의 모든 역사] “신유전학·사회이론은 결과적으로 실패”

입력 2016-02-18 17:47

영국의 의학 칼럼니스트 제임스 르 파누는 이 책에서 현대의학의 역사를 간결하고 쉽게 정리했다. 저자는 1940년대부터 시작된 현대의학의 괄목할 만한 성취를 항생제와 코르티손의 개발부터 개심술을 통한 고난도 심장 수술 성공, 장기이식이라는 마법의 완성까지 ‘열두 가지의 결정적 순간’으로 압축해서 소개한다.

흥미로운 것은 현대의학이 이성과 합리성보다는 우연과 의지의 산물이라는 걸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항생제 발견의 시발점이 된 페니실린은 플레밍 박사가 여름휴가 중에 배양기 접시를 깜빡해서 방치하지 않았더라면 그 발견이 매우 늦춰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의학은 본래의 실력이라고 착각한 나머지 무한한 발전의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

저자는 1970년대부터 조짐을 드러낸 현대의학의 쇠퇴 양상에 대해서도 책의 절반 이상을 할애해 치밀하게 서술한다. 특히 의학계가 새로운 연구 동력으로 찾은 ‘사회이론’과 ‘신유전학’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고 규정한다. 치료보다 예방을 강조하는 사회이론, DNA로 대표되는 신유전학은 화려한 말과 몽상적 비전으로 이뤄진 신기루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현대의학이 제약산업의 이익을 위해 어떻게 봉사하게 됐는지 등도 비판적으로 다룬다.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