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 뉴스] 카메라가 손 안에 들어온지 16년… 스마트폰, 360도 영상시대도 열까

입력 2016-02-19 04:00
세계 최초 카메라폰인 삼성전자 SCH-V200(왼쪽)은 35만 화소 카메라가 탑재됐다. 2002년 출시된 SCH-X590은 렌즈가 회전해 ‘셀피’를 할 수 있는 최초의 휴대전화였다.삼성전자 제공
스마트폰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능을 꼽으라면 단연 카메라입니다. 일상의 모든 것은 사진으로 기록됩니다. 음식, 아이, 연인, 풍경 등을 담느라 하루 종일 촬영 버튼을 누릅니다. 예전에는 특별한 날에나 하던 사진 촬영이 스마트폰 덕분에 일상이 됐습니다. 스마트폰은 기본적으로 통신수단인데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스마트폰이 일상에 끼친 가장 큰 변화는 사진 문화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35만 화소짜리 ‘장난감’

휴대전화에 카메라가 처음 달린 건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인 2000년입니다. 삼성전자는 2000년 6월 SCH-V200이란 휴대전화에 35만 화소짜리 카메라를 장착했습니다. 사진은 20장가량 저장할 수 있었습니다. 화면 크기는 1.5인치였습니다. 지금 보면 조악한 수준의 사진이지만 당시에는 획기적인 일이었습니다.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는다는 건 신선한 발상이었습니다.

사용자들이 휴대전화로 사진 찍는 재미를 느끼면서 휴대전화 카메라는 점점 발전합니다. 삼성전자는 2002년 렌즈를 회전시킬 수 있는 카메라 폰 SCH-X590을 출시합니다. ‘셀피’(selfie·자신의 모습을 직접 찍는 행위)를 할 수 있는 첫 번째 휴대전화였습니다. 2005년에는 광각 줌 기능이 탑재된 SCH-V770을 출시하며 카메라 성능을 높입니다. 이 제품은 700만 화소 카메라를 장착했습니다.

휴대전화 카메라를 얘기하는데 LG전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초콜릿폰, 샤인폰 등 스마트폰 등장 이전부터 휴대전화 카메라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LG전자는 스마트폰 시대에도 독특한 시도를 많이 합니다. 2011년에는 3D 사진과 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 옵티머스 3D를 출시했고, 2013년에는 고급 카메라에나 있던 광학식손떨림방지(OIS) 기능이 탑재된 G2를 선보였습니다. 2014년 출시한 G3에는 레이저 오토 포커스 기능을 탑재했고, 지난해 V10에서는 전면 카메라에 2개의 렌즈를 장착하는 새로운 시도를 했습니다.



아이폰의 등장, 새로운 역사의 시작

2007년 1월 아이폰이 세상에 나오면서 휴대전화 카메라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됩니다. 아이폰 카메라는 동시대 다른 스마트폰 카메라에 비해 화질이 좋았습니다. 아이폰의 등장은 사용자들에게 “스마트폰으로도 카메라만큼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후로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새로운 스마트폰을 내놓을 때마다 더 뛰어난 카메라를 만드는 걸 최우선순위에 둡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갤럭시S 카메라는 500만 화소에서 시작해 800만(갤럭시S2·S3), 1300만(갤럭시S4), 1600만(갤럭시S5·S6) 등으로 높아지면서 화질이 비약적으로 좋아졌습니다. 삼성전자가 가장 최근에 내놓은 갤럭시 노트5는 전문가들 평가에서 가장 좋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화질을 높이는 건 일반 카메라보다 더 힘듭니다. 스마트폰은 작은 이미지 센서에서 빛과 노이즈를 구분하고 색을 재현하는 정밀한 과정을 거칩니다. 일반 카메라보다 화질 개선을 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만에 스마트폰의 화질은 매우 좋아졌습니다. 밝은 곳에서 찍은 사진은 비싼 카메라인지 스마트폰인지 구분이 힘들 정도입니다. 스마트폰 업체들은 어두운 곳에서도 카메라 수준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계속 연구 중입니다.



서서히 사라지는 셔터소리

스마트폰 카메라의 발전으로 원조(?) 카메라는 졸지에 사양산업 취급을 받게 됐습니다. “해외여행을 갈 때 카메라를 챙겨갔는데 막상 가서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느라 카메라를 안 썼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심심찮게 듣습니다.

사진 공유 서비스인 플리커(flickr.com)가 지난해 올라온 사진을 분석해본 결과 가장 많이 사용된 카메라는 아이폰이었습니다. 전체 사진 중 아이폰으로 찍은 것이 무려 42%였습니다. 플리커는 개인뿐만 아니라 전문적으로 사진을 찍는 작가들도 애용하는 곳입니다. 가장 많이 쓰는 카메라가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미러리스 같은 전문 카메라가 아닌 스마트폰이라는 건 사진의 패러다임이 변했다는 증거로 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화질이 좋아졌기 때문에 스마트폰 카메라가 기존 카메라 자리를 넘보는 건 아닙니다. 사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인화하거나 컴퓨터에 저장해 보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사진을 공유합니다. 특히 글로 일상을 공유하던 트위터 시대를 지나 사진과 동영상이 대세를 이루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시대가 오면서 스마트폰 카메라 사용은 폭발적으로 늘게 됐습니다. 사진을 찍어서 바로 SNS에 올릴 수 있는 스마트폰이 사진을 찍어서 옮기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일반 카메라보다 훨씬 쓰기 편한 도구입니다.



스마트폰이 ‘셀피’ 문화 만들다

게다가 스마트폰 카메라에는 강력한 한 방이 있습니다. 바로 셀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셀카’라는 표현이 더 많이 사용됩니다. 셀피는 2013년 옥스퍼드 대학교가 선정한 올해의 단어이기도 합니다. 사진을 찍는 행위가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까지 자리매김한 것입니다.

셀피는 주로 스마트폰 전면 카메라로 찍습니다. 그런데 사실 전면 카메라는 셀피용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3G 통신망 도입으로 화상통화가 가능해지면서 전면 카메라가 등장했습니다. 화상통화용이었기 때문에 스마트폰 초창기에는 후면 카메라에 비해 화질이 떨어지는 게 보통이었습니다. 2010년 애플은 아이폰4에 처음으로 전면 카메라를 탑재했는데 30만 화소짜리였습니다. 그런데 사용자들은 원래 용도와 다르게 자신을 기록하는데 전면 카메라를 주로 사용했습니다. 새로운 용도를 발견하자 스마트폰 업체들은 전면 카메라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갤럭시S의 전면 카메라는 30만 화소에서 시작해 갤럭시S6에 와서 500만 화소까지 늘었습니다. 지난해 나온 LG전자 G4는 전면 카메라가 800만 화소였습니다.

앞으로도 스마트폰 카메라는 계속 발전해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LG전자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에서 후면 듀얼 카메라를 장착한 스마트폰 X캠을 공개합니다. 애플이 아이폰7에 듀얼 카메라를 탑재할 것이라는 소문도 있습니다. 가상현실(VR)이 발전하면서 스마트폰으로 360도 사진과 동영상 촬영을 할 수 있게 되는 날도 머지않아 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