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공격 전원 수비’. 1970년대 세계 축구계를 흔들었던 네덜란드의 축구 전술이다. 일명 ‘토털사커’로 불렸던 이 전술은 이후 수많은 구기(球技)팀들에게 영감을 줬다. 선수 전원이 포지션에 관계없이 공격과 수비에 온 몸을 던지는 이 전술은 선수들에게는 멀티플레이가 필수요건이 됐다.
‘토털 배구’라 할까. 이번 시즌 남자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의 전술은 이렇게 불러도 무방할 듯 하다. 공격에서는 빠른 스피드를 앞세워 선수 전원이 공격에 가담하며 상대 혼쭐을 빼놓는다. 일단 리시브가 되기만 하면 좌우 날개 공격수와 센터는 물론 후위공격수가 동시에 뛰어오른다. 4명이 공격에 가담하니 상대 블로커는 정신이 없다.
17일 경북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의 경기에서 현대캐피탈은 압도적인 공격과 블로킹을 앞세워 3대 0(25-17 25-20 25-17)으로 승리했다. 24승8패 승점 69를 기록한 현대캐피탈은 2위 OK저축은행(승점 66)에 앞서 단독 선두를 지켰다. 4라운드부터 파죽의 14연승을 달린 현대캐피탈은 팀 최다연승 기록(15연승)에 1승을 남겼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이날도 3세트 경기 내내 단 한번의 작전타임도 요청하지 않았다. 지난 15일 대한항공전에 이어 두 번째다. 감독의 믿음에 부응하듯 선수들은 세터 노재욱을 중심으로 톱니바퀴가 굴러가듯 짜임새 있는 공격으로 완승을 거뒀다. 노재욱은 특정 공격수에게 치중하지 않고 다양한 공격 옵션을 골고루 활용했다. 그 결과 공격 3인방인 오레올(15점), 문성민(13점), 박주형(8점)이 고른 득점을 보였고, 센터인 최민호(6점), 신영석(5점)도 속공으로 힘을 보탰다.
리베로 여오현은 세터 못지않은 토스로 제2의 세터 역할을 해냈다. 노재욱이 디그에 가담할 때면 공격수들에게 수차례 토스를 해줘 공격의 맥을 이어갔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5위에 그치며 창단 이후 처음 포스트시즌에 초대받지 못한 현대캐피탈은 불과 1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에 바짝 다가섰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
[프로배구] 현대캐피탈, 이유있는 14연승 행진… 전원 공격·전원 수비에 창의적인 플레이 일품
입력 2016-02-17 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