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는 1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박근혜정부의 경제·외교·안보 정책 전체가 뒤엉켜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고 질타했다. 전날 야권을 강하게 압박한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연설에 대한 반발이자 총선 국면에서 정부·여당발(發) ‘북풍(北風)’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 원내대표는 연설 서론에서 “대한민국을 위기로 몰고 가는 대통령 또한 위기”라며 박 대통령을 겨냥했다. 박 대통령 비판으로 제1야당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시작한 셈이다. 박 대통령의 국회 연설과 관련해선 “엄중한 정세 속에 굳이 왜 (국회에) 오셨느냐. 갈수록 의회주의를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이 반대 의견을 가진 국민과의 사이에 분단선을 긋고 있다”며 “(현 상황은) 안보·통일, 외교와 경제 등 복합 위기로 번질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도 강력 비판하며 ‘개성공단 부활’ 의지를 피력했다. 이 원내대표는 “정부 조치에 타당성이 없다. ‘통일대박’을 외치다가 돌연 국민들에게 ‘분열쪽박’을 남기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어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심각한 경제 침체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원내대표는 국회 차원의 특위 구성과 ‘개성공단부흥법’ 제정을 제안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적인 동시에 평화통일의 상대”라고 규정했다.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은 ‘난폭 운전’에 비유하며 비판했다. 한·일 위안부 문제 협상은 ‘용서할 수 없는 굴욕협상’이라고 했고,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논의에 대해선 “모순적이고 아마추어적”이라고 했다. 청와대 비서진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경질도 요구했다.
이 원내대표는 연설 시간의 절반 정도를 경제 및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는 데 할애했다. 그는 “2020년까지 최저시급을 1만원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최저임금 하한선을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50% 이상으로 법제화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 원내대표는 “경제민주화는 재벌을 해체하자는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재벌 개혁에 대해선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그는 “부정의한 재벌들만의 성을 허물어야 한다”며 “현재 22%인 법인세율을 25%까지 단계적으로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익공유제와 성과공유제 실질화 및 중소기업적합업종 관련 입법도 약속했다.
쟁점법안 협상에서 물러설 뜻이 없음도 분명히 했다. 이 원내대표는 “나쁜 법은 단호하게 저지하는 것이 나라를 위한 것”이라며 파견법은 ‘나쁜 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엇갈린 통계와 효과 추정으로 분칠된 법안’이라고 정의했다. 사실상 박 대통령의 법안 처리 요구를 거부한 셈이다. 또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에는 각각 ‘안보·정보기관 재편·개혁’과 ‘북한 주민의 생존권 보장’을 처리 단서로 달았다. 선거구 획정은 “늦어도 23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수 있어야 한다”며 여당에 자세 전환을 촉구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朴 대통령, 통일대박 외치다 분열쪽박 남겼다”… 이종걸 더민주 원내대표 국회연설
입력 2016-02-17 2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