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공천 룰 문제로 정면충돌했다. 이 위원장의 우선추천 지역 확대 및 정치 신인 100% 국민경선 허용 방침 발표가 도화선이 됐다.
김무성 대표는 “선거에 지는 한이 있어도 ‘이한구안(案)’은 안 된다”고 배수진을 치며 격하게 반발했다. 이 위원장도 “당 대표라는 사람이 할 소리냐” “자꾸 이러면 당 대표가 물러나든 내가 물러나든 해야 하지 않느냐” 등 강성 발언을 쏟아내며 물러서지 않았다.
비박(비박근혜)계와 친박(친박근혜)계는 각각 양쪽 지원사격에 나서 당 안팎에선 계파 간 전면전 우려까지 터져 나왔다.
김 대표는 오전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민에게 수백 번 약속한 국민공천제는 절대 흔들릴 수 없는 최고의 가치로 누구도 흔들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서 더욱 거친 발언을 내뱉었다. “선거를 안 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 위원장 안을) 절대 수용해서는 안 된다” “이대로 (이 위원장을) 묵과할 수 없다”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우선추천 지역 확대가 상향식 공천 원칙을 훼손한다는 판단에서다. 김 대표는 공개회의 때 우선추천 지역 중심의 인재영입 추진을 주장한 친박 중진 정갑윤 국회부의장을 향해 “왜 이렇게 나오느냐”고 항의도 했다. 권성동 전략기획본부장도 회의 후 정 부의장을 쫓아가 “본인부터 ‘내가 사퇴할 테니까 누구를 우선 추천하라’고 해야 진정성이 있다”고 따졌다.
이 위원장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무리 화가 나도 그렇지 대표라는 사람이 선거에서 져도 괜찮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냐”며 “당헌에 대표는 공천 룰에 대해 개입하지 말라고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황진하 사무총장이 우선추천 지역 확대 방침 등에 합의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 그와 관련해 한 시간 이상 토론했다”며 “문제가 있다면 그때 반대했어야지 왜 반대 안 했느냐”고 반박했다. 당헌·당규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여성, 장애인, 청년 등 정치적 소수자를 배려하기 위해 당선 가능한 지역에 우선 추천하는 내용이 당규에 있다”고 했다.
황 사무총장은 오후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 박종희 제2사무부총장, 김회선 클린공천지원단장 등 공관위 소위원장들과 함께 이 위원장을 면담해 조율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이 위원장은 회동 후 “혼선된 보도가 나가게 된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우선추천 지역 관련 내용은 과거의 전략공천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또 “향후에는 발표 내용을 공관위원과 충분히 논의한 뒤 발표하겠다”며 한발 물러서는 듯한 태도도 보였다.
그러나 우선추천 지역 확대 방침에 대해선 “틀린 게 없다. 그런 방향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김 대표를 겨냥해 “공천과 관련해 당 대표는 아무 권한이 없다. 당 대표에게 공천을 주지 않은 적도 있다”고 으름장도 놨다. 이어 “이번 선거에서 우리가 지면 나도 실업자가 되지만 김 대표도 실업자 되는 것 아니냐”며 “당 대표는 제발 공천에 관여하지 말아 달라”고 촉구했다.
계파별 움직임도 감지됐다. 비박계는 의원총회를 소집해 상향식 공천 원칙을 재확인하는 절차를 검토 중이다. 일부는 이 위원장 사퇴나 공관위 해산 요구까지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학용 대표비서실장은 “할 수 있는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별하길 바란다. 도를 넘어선 말을 듣고 있기가 민망하다”는 김 대표 발언을 문자메시지로 기자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친박계도 가만있지 않았다. 원유철 원내대표와 김재원 의원은 오전 라디오에 나와 “이 위원장이 우선·단수추천 지역을 활용하겠다는 것은 당헌·당규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거들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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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2-17 21:49 수정 2016-02-17 2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