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삼일대로 카페 ‘더 스토리’. 검은색과 흰색의 조합으로 분위기를 낸 129㎡의 카페에선 교회 청년들이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었다. 이 카페는 서울 중구 문학의집을 빌려 예배를 드리는 드림의교회(이상화 목사)가 운영한다. 카페를 사역의 중심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드림의교회도 일종의 카페교회라 할 수 있다.
◇교회 청년에게 일자리를=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와 ㈔교회갱신협의회를 사무총장으로 섬기고 있는 이상화(52) 목사는 2011년 1월 드림의교회를 개척했다. 그는 개척 초기부터 다음세대, 비신자와의 접촉점을 만들기 위해 카페 사역을 시작했다. 주일예배를 드리는 문학의집 인근에 2011년 6월 카페 1호, 이듬해 10월에 카페 2호를 각각 세웠다.
카페의 바리스타는 정식 채용된 교회 청년들이다. 이 목사는 “청년들이 대학 졸업 후 보통 2∼5년 정도 취업 등 진로 준비를 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다”면서 “청년들이 재정적 어려움에서 벗어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카페 바리스타 일자리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교회는 주보에 바리스타 모집 광고를 낸다. 직원들은 하루 2교대로 6∼8시간씩 근무한다. 사전에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직원들은 4대 보험과 함께 기본·주휴 수당까지 받는다. 외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받는 최저임금보다 많다. 현재 카페 두 곳에서 6명이 근무한다. 그동안 이곳을 거친 17명의 청년들이 취업과 창업 등에 성공했다.
교회는 매달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직원들의 4대 보험을 들어준다. 덕분에 청년들은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을 때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다른 기업에 취업했을 때도 이전 직장의 경력으로 인정받는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소나무(26·여)씨는 “백화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언제 그만둘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컸지만 이곳에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매달 20만원씩 지불하며 노무사와 세무사의 도움을 받아 카페를 법에 따라 정직하게 운영하려고 노력한다. 인테리어, 메뉴 구성 등을 할 때도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는다.
◇수익과 전도의 열매를 당장 내긴 힘들어=카페가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공간만은 아니다. 교회는 카페에 ‘수요 공감무대 WEE’ ‘북 콘서트’ ‘커피 강의’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도입해 지역 주민과 접촉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카페는 적자다. 수익의 대부분은 직원 임금 등으로 나가고 부족할 때는 교회 성도들이 헌금한 ‘카페 스토리 후원사역비’로 충당한다. 1년에 1000만원 정도 된다. 이 목사는 “이 사역은 쉽지 않지만 청년들을 돕는 것이기에 국내외 선교만큼 가치가 있다”며 “한국교회는 청년들에게 복음을 전할뿐 아니라 그들의 현실적 필요에 대해서도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카페 사역을 하려는 목회자들은 손해 볼 각오를 하고 시작해야 할 것”이라며 “카페 사역이 안정될 때까지 어느 정도 외부 지원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카페 사역과 운영 병행하기 힘든 지적도=전문가들은 카페교회가 비신자와 쉽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고 카페교회의 예배도 신학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철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원장은 “그동안 문화와 거리를 둔 기존 교회와 달리 카페교회에선 교회에 모이기 힘든 청년들과 쉽게 접촉할 수 있다”며 “카페에선 바리스타 교육, 어머니 강좌 등 지역 주민을 섬길 수 있는 기회도 많다”고 밝혔다.
박종환 실천신학대학원대 예배학과 교수는 “교회가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카페교회의 예배는 신학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며 “다만 카페에서 예배드리다 보면 일상과 분리되기 힘들어 거룩한 예배를 드리기 힘들다. 교인들은 책임감을 갖고 진지하게 예배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카페 사역과 경영에 모두 성공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황병준 호서대 기독교학과 교수는“목회자들은 마케팅에 약하기 때문에 경영적 측면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며 “세상에서도 카페 하나가 성공하려면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기간을 버틸 수 있는 자본이 필요하고 후원 교회 등과 연결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아영 기자 cello08@kmib.co.kr
[작은교회의 대안, 카페교회 10년을 말하다 ③] “손해 감수하며 청년들 꿈 실현 도와요”
입력 2016-02-17 18:31 수정 2016-02-17 2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