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병원 동의 없이 분쟁 조정 ‘신해철법’ 복지위 관문 넘었다

입력 2016-02-17 21:44
의료사고 분쟁에서 환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정 절차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7일 피해 환자의 조정 신청 시 의사나 병원이 동의하지 않아도 절차가 자동적으로 시작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의 정식 명칭은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이지만 의료사고로 숨진 가수 고 신해철씨와 전예강(당시 9세)양의 이름을 따 ‘신해철법’ ‘예강이법’으로도 불린다.

현재 의료사고 분쟁을 조정하는 정부 기관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다. 치료·수술 과정에서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환자는 이곳에 조정신청을 낸다. 하지만 상대방인 병원이나 의사가 조정에 동의해야 절차가 시작된다. 동의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2015년 기준 조정 중재 개시율은 평균 43%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오제세·김정록 의원 등이 2014년부터 법 개정안을 냈다.

법이 국회 복지위를 통과했지만 모든 의료사고를 대상으로 조정의 자동 개시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복지위는 사망이나 중상해에 한해 자동 개시를 적용하도록 했다. 특히 ‘중상해’의 기준은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했다. 환자단체는 중상해의 범위를 가급적 넓게, 의사단체는 가급적 좁게 정하려 할 것으로 보여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넘어야 할 산이 더 있다”고 말했다.

의사협회는 법안 통과에 거세게 반발했다. 의협은 “포퓰리즘에 휩싸여 의료 전문가 단체의 의견을 배제한 졸속 심의”라면서 “방어 의료를 부추기고 안정적 진료 환경을 저해해 궁극적으로는 국민과 의료기관, 의료인 모두에게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