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군이 주변국과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 섬들 가운데 한 곳에 첨단 지대공 미사일을 배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는 자사가 입수한 민간위성 이미지샛 인터내셔널의 위성사진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14일 촬영된 위성사진에는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군도)의 우디 섬(중국명 융싱다오)에 2개 포대 8기의 지대공 미사일 및 레이더 시스템이 배치돼 있다(왼쪽 사진). 지난 3일 같은 장소를 찍은 위성사진(오른쪽)에서는 미사일이 보이지 않았던 점에 비춰 보면 미사일은 지난주 배치된 것으로 보인다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이 섬은 중국과 대만, 베트남 간에 영유권 분쟁이 빚어지고 있는 곳으로 지난달 30일 미 해군 구축함이 ‘항행의 자유’를 명분으로 이 섬 인근을 항행하면서 미·중 간 갈등이 재차 고조됐다.
미국 정부 관계자도 미사일 발사대 배치 사실을 확인하며 이 미사일이 HQ-9 지대공 미사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제 S-300 PMU와 유사한 HQ-9 지대공 미사일은 사거리 200㎞로 미국 항공모함 전단 발진 전투기 등을 위협할 수 있다. 대만 국방부도 이 사실을 확인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이에 대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사일 배치설은 서구 언론들이 만들어낸 이야기”라며 “서구 언론들은 중국이 해당 지역에 등대를 짓고 있다는 사실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침 중국을 방문 중이던 줄리 비숍 호주 외무장관도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해 해당 국가들에 분쟁 자제와 평화로운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그러나 중국이 분쟁지역인 파라셀 군도의 군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관측은 계속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13일 외교·안보 전문매체 디플로맷과 미해군연구소(USNI)는 중국이 우디 섬에서 북북서 쪽으로 15㎞ 떨어진 섬 2곳에 준설과 매립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인공위성 촬영사진에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또 중국군이 파라셀 군도 내 덩컨 섬에도 대잠 헬기 기지를 건설하고 있다고 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5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 ‘항행의 자유’를 강조하며 중국 정부를 향해 남중국해에서 긴장 완화를 위한 가시적 조치를 촉구했다. 그러나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은 “군사시설 배치는 국제법이 주권국가에 부여한 자기보호권과 자위권을 행사하는 것”이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中, 남중국해 분쟁 섬에 지대공 미사일 배치
입력 2016-02-17 21:42